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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27일 일요일

논문 쓰기 위한 10가지 규칙

 

저번에 대학원에서 과학을 전공하는 학생을 위한 조언이라는 내용을 소개한 적이 있었습니다. (여기) 그 중 하나가 논문을 많이 쓰라는 것이었는데 이번에는 논문 쓰는 10 가지 규칙 (Ten Simple Rules for Getting Published)에 대한 에세이를 소개합니다. 이를 쓰신 분은 캘리포니아 대학 샌디에고의 교수인 Philip E. Bourne라는 분으로 오픈 저널인 PLoS: computational biology의 에디터입니다. (2009년 벤자민 프랭클린상 수상) 이 에세이 또한 PLoS: computational biology에 실려 있습니다. (원문은 여기) 이 기사는 계산 생물학의 국제 학회 소속 student council의 요청으로 2005년 학회에서 (주로 처음 논문을 쓰는) 생물 학도를 위해 논문 쓰는 방법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글입니다. 전공 분야에 따라 조금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적으로는 모든 과학 논문 작성에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되어 여기 소개합니다. (파란색 부분은 에세이에 있는 말이고 밑의 설명은 제 생각입니다.)

 

Rule 1: Read many papers, and learn from both the good and the bad work of others. (논문을 많이 읽어라. 좋은 논문, 나쁜 논문 모두 배울점이 있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논문을 많이 읽는 것입니다. 좋은 논문은 물론 반드시 읽어야할 가치가 있고 나쁜 논문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합니다. 따라서 나쁜 논문도 조금은 읽어야 합니다. 여기서는 하루에 최소한 두 개의 논문을 읽으라고 권합니다. 물론 논문을 아주 자세히 분석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시간이지만 논리의 흐름, 논문의 질, 형식 등은 따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논문을 비판적으로 읽어야 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데이터 분석이나 실험 장치에만 매달리지 말고 자기가 하는 연구를 큰 틀에서 가끔은 생각하는 게 필요하죠.

 

Rule 2: The more objective you can be about your work, the better that work will ultimately become. (자신의 연구를 객관적으로 바라볼수록 더 좋은 연구가 가능하다.)

자신의 연구에 객관적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 때로는 반대파의 시각으로 자신의 일을 보는 게 필요하죠. 논문을 쓰면서 자신이 이 논문의 리뷰어라고 생각해 보십시오.

 

Rule 3: Good editors and reviewers will be objective about your work. (좋은 에디터와 리뷰어는 너의 연구를 객관적으로 평가한다.)

논문을 저널에 submit하기 전에 충분히 검토를 하고 보완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리뷰어의 임무는 논문 비판이 아니라 논문의 질을 올리는 것입니다. (물론 예외적으로 아주 심술궂은 리뷰어도 있습니다.) 하지만 틀린 논문에는 그런 임무를 하지 않는다는 필자의 말에는 동의합니다.

 

Rule 4: If you do not write well in the English language, take lessons early; it will be invaluable later. (영어에 자신이 없다면 빨리 배워라. 어차피 필요한 일이다.)

요즘 대부분의 저널은 영어를 공용어로 하고 있기 때문에 영어로 논문 쓰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합니다. 무조건적인 영어 만능주의에는 반대하지만 전문 학술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으로서 영어는 필수입니다. 처음 논문 쓰는 (특히 비영어권) 사람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가 바로 영어에 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고급 단어, 고급 문장을 이용해 논문을 고급 영어로 쓰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과학논문은 소설이나 시가 아닙니다. 현란한 단어나 고급 문법보다는 직설적이고 논리적인 글이 훨씬 보기 좋습니다. 내가 쓴 논문을 읽는 사람  중에는 비영어권 사람이 더 많을 수 있습니다. 멋있는 말보다는 문법에 충실하게 명확하게 자신의 연구 결과를 설명하는 게 필요합니다.

 

Rule 5: Learn to live with rejection. (리젝트 당하는 것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논문을 리젝트 당하면 물론 기분 나쁩니다. 하지만 실패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죠. 다른 일상사와 마차가지로 연구에서도 그렇습니다. 사실 저자의 말대로 과학을 하는 것은 리젝트 받는 것의 연속일 수도 있습니다. (논문에서도 그리고 직장 찾는 것에서도) 논문의 리뷰어의 수는 저널에 따라 다릅니다. 리뷰어가 여러 명일 경우 어느 리뷰어는 추천을 어느 리뷰어는 리젝트를 놓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라도 리뷰어와 싸움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논문을 처음 쓰는 경우에는 그래서 경험 많은 이와 함께 쓰는 게 좋습니다. 연구 주제, 방법, 논문 쓰는 법뿐 아니라 리뷰어에 답장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으니까.

 

Rule 6: The ingredients of good science are obvious—novelty of research topic, comprehensive coverage of the relevant literature, good data, good analysis including strong statistical support, and a thought-provoking discussion. The ingredients of good science reporting are obvious—good organization, the appropriate use of tables and figures, the right length, writing to the intended audience—do not ignore the obvious. (좋은 과학의 요소는 명백하다. 연구 주제의 새로움, 관련 논문에 대한 충분한 이해, 좋은 데이터, 통계적으로 충분히 좋은 분석, 철저한 토의 등이다. 좋은 과학 논문의 요소 또한 명백하다. 적절한 구조 배치, 적절한 표와 그림 활용, 알맞는 길이, 독자층을 의식한 글쓰기 등. 명백한 것들을 무시하지 마라.)

이 저자는 논문의 객관성을 자주 강조합니다. 좋은 연구를 하는 것과 좋은 논문을 쓰는 것은 서로 연관되어 있으면서도 조금은 다르죠. 따라서 논문을 쓰고 저널에 보내기 전에 주위의 동료들에게 보여주고 의견을 구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Rule 7: Start writing the paper the day you have the idea of what questions to pursue. (연구 주제가 떠오르면 그 날부터 논문을 쓰기 시작하라.)

학위 논문과 학술지 논문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학술지 논문은 대개 간결하면서 요점을 잘 드러내도록 써야 합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즉시 논문을 쓰기 시작하라는 말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논문의 형태로 노트를 만들라는 것과 같습니다. 그냥 아이디어를 갈겨쓴 노트가 아니라 나름 정리되고 논리적인 (물론 나중에 엄청난 수정을 거치겠지만) 논문 형식으로 노트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참고문헌 정리도 그 때 그 때 해놓으면 편리하죠. 참고문헌으로 인용할 논문은 반드시 한번은 읽어 보십시오.

 

Rule 8: Become a reviewer early in your career. (논문 심사 경험을 빨리 갖도록 하라.)

리뷰어가 되서 다른 저자의 논문을 심사하는 것은 좋은 경험입니다. 따라서 빨리 리뷰어의 경험을 갖게 되면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대학원생에게 논문 리뷰를 맡길 저널은 없습니다. 그래서 지도교수를 이용하는 겁니다. 지도교수에게 부탁하여 심사 의뢰가 들어온 논문을 혼자 심사해 봅니다. 그리고 지도교수의 심사문과 비교해 봅니다. 그러면 자신이 무엇을 간과하고 부족했는지를 알 수 있죠. 우리나라에서는 학생이 지도교수에게 부탁하는 게 어떨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학생을 생각한다면 지도교수로써 이 정도는 고려해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최소한 박사과정 학생 정도는 되어야 심사할 수 있겠죠?)

 

Rule 9: Decide early on where to try to publish your paper. (논문을 어느 저널에 보낼 것인지 빨리 결정하라.)

보통은 논문을 쓰기 전에 제출할 저널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저널에 따라 형식이 다르고 또 길이에 제한이 있을 수 있으므로 나중에 수고를 덜기 위해 처음부터 최소한 정식 논문인지 레터 형식으로 할 것인지 정도는 생각을 하는 게 좋습니다. 또 이 정도의 논문은 이런 저널에 내면 알맞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미 논문의 질과 저널의 수준을 파악하고 있는 셈이죠. 저널을 선택할 때는 또 주 독자층의 전공 분야를 알아야겠죠.

Rule 10: Quality is everything. (논문의 질이 가장 중요하다.)

이건 당연한 말입니다. 논문의 수도 중요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몇 편의 논문을 쓰는 게 훨씬 임팩트가 강합니다. 누구든지 자신의 논문이 많은 사람들에 의해 읽히고 인용되기를 바랍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논문은 이력서의 칸을 채우는 데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학계에 알려지는 데는 별 효과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큰 것 하나만 노리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작은 것을 꾸준히 만들 때 큰 것도 나오겠죠.

 

 

<Philip E. Bourne>


2009년 7월 7일 화요일

쇤 사건 2

 

두 논문의 그림이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고 쇤은 그림이 실수로 섞여서 들어갔다고 말하고 에라텀을 냈습니다. 한 번의 실수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또 하나의 사건이 터집니다. 코넬대학의 폴 맥유엔이 쇤의 이전 논문인 사이언스 287, 1022 (2000)에서 같은 꼬리 모양의 그림을 찾은 것입니다.


<출처: J. H. Schön, S. Berg, Ch. Kloc, and B. Batlogg, Science 287, 1022 (2000)>

이 그림 또한 앞의 두 그림과 아주 흡사합니다. 앞의 두 그림의 경우 x-축의 범위는 같고 y-축의 범위는 하나는 0-0.2, 다른 하나는 0-2.0로 10배라 비슷하게 보입니다. 따라서 실수할 확률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 번째 그림은 x-축은 0-10, y-축은 0-10으로 앞의 두 경우와 확연히 다릅니다. 이제 세 그림을 같이 놓으면 이렇게 됩니다.


<출처: Physicstoday.org>

 

세 그림의 유사성이 두드러지게 보입니다. 이는 단순한 실수를 넘어서는 일입니다. 거기에 더하여 맥유엔과 리디아 손은 비슷한 그림을 다른 논문에서 더 찾아냈습니다. 그래서 위와 유사한 그림이 모두 사이언스, 네이쳐, 어플라이드 피직스 레터스등 세 개의 저널에서 실린 모두 여섯 개의 논문에서 발견됩니다. 이 사실에 과학계는 경악합니다. 더구나 위 논문들의 상당수는 벨 연구소의 저명한 학자인 배트록 (Bertram Batlogg, 이 당시에는 벨 연구소를 떠나 스위스의 ETH Zuerich로 옮겨 있었습니다.) 이 공동 저자로 참여해 있었기 때문에 충격은 더욱 컸고 쇤은 전도 유망한 젊은 학자였기에 많은 이들은 저자들의 명성에 흠이되지 않는 이성적이고 적절한 설명이 있기를 희망했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벨 연구소의 수뇌부에게 들어가고 물리과학부의 부소장 체리 머레이는 2002년 5월 스탠퍼드 대학의 말콤 비즐리 (Malcolm Beasley)에게 이 사건의 조사를 의뢰하게 됩니다. 비즐리는 벨 연구소 내부인사와 외부인사를 아우르는 위원회를 조직하고 이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비즐리 위원회는 벨 연구소 내부와 외부로 부터 많은 양의 정보를 제공 받았습니다. 벨 연구소는 국가 기관의 연구비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연방 정부의 과학 부정행위에 관한 정책을 따를 의무는 없지만 벨 연구소와 비즐리 위원회는 연방 규칙에 따라 조사를 시행하고 공정함과 철저함을 원칙으로 이 사건을 끝까지 파헤치기로 합니다. 조사 기간 동안 위원회는 벨 연구소의 어느 장소나 들어갈 수 있고 어떤 책이나 보고서를 열람할 수 있으며 연구소측의 철저한 협조를 약속 받습니다. 이제 유기 화합물로 초전도체, 레이저, 조세프슨-정크션, 단분자 트랜지스터를 만들 수 있다는 정말로 획기적인 벨 연구소의 연구는 조작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철저하지 못한 실험 노트 정리와 실수로 여겨졌던 사건이 논문 조작이라는 대형 사건으로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비즐리 위원회는 첫번째 조사를 6월 말에 마치고 2002년 9월 127 쪽에 달하는 보고서를 제출합니다. 이 보고서는 벨 연구소의 약속대로 곧바로 일반에게 공개되었습니다. 비즐리 위원회는 20명의 공동저자를 포함한 25개의 논문에서 24건의 혐의를 조사하였습니다. 이 모든 논문의 공통점은 바로 얀 헨드릭 쇤이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쇤 혼자 샘플을 만들고 측정을 했으며 (초벌) 논문을 썼습니다. 더구나 샘플을 만들기 위해 사용한 기계는 벨 연구소가 아니라 쇤이 박사학위를 한 독일의 콘스탄츠 대학에 있었습니다. 쇤은 그 기계가 더 익숙하다는 이유로 벨 연구소의 기계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이상하죠? 아무래도 대학교의 기계보다는 벨 연구소의 기계가 더 좋을 것 같은데.) 비즐리 위원회는  24건의 혐의중 16건에 대해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위원회의 조사는 벨 연구소의 적극적 협조에도 불구하고 쉽지는 않았습니다. 원 데이터를 요구하는 위원회에게 쇤은 데이터 파일을 더이상 가지고 있지 않다고 대답합니다. 그는 그가 가지고 있던 낡은 컴퓨터의 낮은 하드디스크 용량때문에 지워버렸다고 답합니다. (벨 연구소에 있는 최첨단 컴퓨터는 왜 사용하지 않았을까?)  그는 또 다시 시험해볼 수 있는 샘플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실험도중이나 이사하면서 파손되었답니다. (어디서 많이 들은 듯 하죠?) 더구나 콘스탄츠에 있던 기계도 더 이상 샘플을 생산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위원회는 다른 보든 자료를 긁어 모았습니다. 컴퓨터에 남아 있던 논문의 초고 파일, 그림 파일, 프리젠테이션 파일등 면밀히 검토하였습니다. 그리고 논문 조작의 결정적 증거들을 찾아 냅니다. 쇤만 똑똑한 게 아니거든요.




2009년 6월 30일 화요일

쇤 사건 1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 mahabanya님께서 숙제를 주셨군요. 조금 생각해야 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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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헨드릭 쇤 (Jan Hendrik Schoen) 사건은 아주 유명한 사건으로 과학에서 부정행위를 논할 때 항상 등장하는 사건으로 여러 책에서 그 사건의 시작과 진행 그리고 결말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포스트에서는 이 사건을 다시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쇤은 부정행위가 밝혀지기 전까지 언젠가는 노벨상을 수상할 강력한 후보였으나 부정행위가 탄로나면서 모든게 거품이되어 사라져버렸습니다.

 

쇤은 1970년 독일에서 출생하여 응집물질과 나노기술을 연구한 물리학자 입니다. 그는 1997년 독일의 콘스탄츠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곧바로 미국의 유명한 벨 연구소 (Bell Labs)으로 들어갑니다. 그 후 그는 엄청난 논문을 엄청난 속도로 쏟아냅니다. 그로 인해 2001년 오토-클룽-베버뱅크 상과 브라운쉬바이크 상을 수상하고 2002년에는 재료과학회의 뛰어난 젊은 과학자상을 받았습니다. 그의 연구가 어느 정도였냐면 가장 논문을 많이 쓴 2001년에는 평균 8일에 한편꼴로 논문을 썼습니다. (그 해에 약 45편의 논문을 쓴 셈입니다. 훗날 사이언스가 철회한 쇤의 논문은 8편, 네이쳐가 취소한 논문은 7편입니다.) 특히 네이쳐에 기고한 논문은 분자 규모에서 트랜지스터를 만드는 게 가능하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이는 학계는 물론 산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킵니다. 실리콘을 이용한 반도체 기술이 더 이상 크기를 축소하기 어려운 경지까지 도달하여 이른바 무어의 법칙이 깨지게 되었는데 분자를 이용한 기술이 가능하면 무어의 법칙은 다시 살아나고 지금보다 훨씬 작은 전자기기가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논문은 실리콘의 시대를 끝내고 분자단위의 트랜지스터 시대의 문을 열어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가는 문을 여는 것입니다. 계속 승승장구한 그는 마이다스의 손으로 불렸습니다. 그가 손대는 실험은 항상 성공적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이 논문을 시작으로 정점에 올라있던 그의 이력에 먹구름이 닥쳐옵니다. 항상 그렇듯 작은 곳에서부터 문제가 터져 나옵니다.

 

쇤의 논문은 아주 중요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많은 학자들이 같은 실험 결과를 재연하여 그 논문을 검증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런 중요한 실험은 처음이 아닌 두 번째 성공 사례라해도 좋은 저널에 실릴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 결과를 가른 그룹이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은 그 발견을 확실히 해주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누가 빨리 똑같은 결과를 재연하는가기 위한 경쟁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쇤의 실험과 같은 조건을 주고 같은 샘플로 실험을 했지만 쇤의 결과를 재연하는 데는 모든 그룹이 실패했습니다. 그렇다고해서 누구도 쇤의 논문이 가짜라거나 부정하다고 이의를 제기할수는 없습니다. 실험에는 많은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쇤의 실험은 이미 논문으로 출판이 되었기 때문에 그 결과를 다시 만들어 내는데 실패한것은 우선 후속 연구자가 해결할 문제인거죠. 쇤은 자신의 논문과 실험을 방어할 의무는 있지만 후속 연구자의 문제나 실수를 찾아내거나 노하우를 가르쳐 줄 의무는 없습니다.


쇤 사건은 쇤의 논문에 실린 한 그래프에서 시작됩니다. 쇤이 논문을 발표한 후 벨 연구소내부에서는 쇤이 쓴 논문중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의 그림과 네이쳐에 실린 논문의 그림이 아주 비슷하다는 소문이 나돕니다. (아래 그림)  두 그림을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 논문을 읽을때 중요한 점만을 보기 때문에 그런 꼬리 부분은 눈여겨 보지않으면 알기 힘듭니다.



<왼쪽 그림의 출처는 J. H. Schoen, H. Meng, and Z. Bao, Nature 413, 713 (2001),

오른쪽 그림의 출처는 J. H. Schoen, H. Meng, and Z. Bao, Science 294, 2138 (2001).>

 

두 그림이 아주 비슷합니다. 특히 꼬리 부분 (x 축의 오른쪽 끝 부분)을 확대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두 그림의 유사성이 두드러지게 보입니다.


 

이는 쇤의 실험을 재연하기위해 노력하던 프린스턴대학의 리디아 손에게 알려졌고 저널의 에디터에게도 전달됩니다. 에디터는 이를 논문의 주저자인 쇤에게 통보합니다. 두 논문의 주저자인 쇤은 곧 데이터가 섞여서 그래프가 잘못 나왔다고 잘못을 시인하고 교정된 그래프를 보내 사이언스지에 에러텀를 냅니다. 물론 그 논문의 주 내용과 결론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사이언스 296, 1400 (2002)에 실린 사이언스 294, 2138 (2001)의 수정된 그림 (오른쪽)>

 

이제 두 그림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논문을 쓸 때 이런 커다란 실수를 하면 안되죠. 하지만 사실 논문을 많이 쓰다 보면 주의력이 떨어져 그런 실수를 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네이쳐나 사이언스같은 저널에 내는 논문이라도 말이죠. 더구나 쇤은 두 저널에 아주 많은 논문을 실었으니까 실수도 가능할겁니다. 실수로 그림이 잘못 올라간 경우에는 이렇게 에라텀을 냅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비난을 받지는 않습니다. (물론 그 실수가 고의가 아닐 때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선의의 실수로 인한) 에러타가 자꾸 나오게되면 학자로서의 신용도가 떨어지므로 실수하지 않도록 조심해야합니다. 이렇게 마무리가 될 것같았는데 또 하나의 사건이 터집니다.

 

 

 


2009년 6월 23일 화요일

논문을 레프리하면서...

 

논문을 레프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 레프리 요청을 받았을 때는 괜히 우쭐해지곤 했는데, 모든 일이 그러하듯,  레프리도 자주 하다 보면 좀 시들해지거나 귀찮아진다. 논문의 레프리를 선정할 때 그 분야의 전문가를 고르지만 아무래도 내가 직접 했던 일이 아니면 참고문헌도 뒤져보고 공부를 좀 해야 한다. 물론 이는 레프리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고 레프리를 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과거에는 레프리가 제출된 논문을 가로채기도 했다는 전설도 있지만 요즘에는 논문을 무조건 arXiv.org에 먼저 올리기 때문에 originality를 훔치는 건 불가능하다. 참고 문헌을 뒤지는 또 다른 이유는 표절이다. 물론 표절된 논문을 참고문헌으로 적지는 않겠지만 참고문헌의 참고문헌을 찾으면 표절여부를 알 수 있다. 레프리하면서 또 점검하는 것은 저자(들)의 과거 논문이다. 이는 자기 표절을 찾기 위해서다. 그리고 논문의 질을 평가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방법으로 계산을 해서 논문을 쓰고 유사한 계산을 다른 대상에 적용하여 논문을 쓰는 경우 그 결과가 중요하다면 출판 가치가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단지 논문 수를 늘리기 위한 일이 된다. 이 경우 저널의 급을 생각해 출판을 추천하기도하고 리젝트하기도 한다. 며칠 전 유럽의 한 저널에 투고된 논문을 레프리 하였다. 논문의 저자는 혼자였고 (이름을 A라 하겠다.) 논문의 주제는 일견 괜찮아 보였으나 어딘지 엉성하였다.  SLAC 데이터베이스를 뒤져보니 역시나 논문 편수가 2-3개 밖에 안 되는 초보였다. 논문을 자세히 읽어본 후 이런 문제점을 발견했다.


<논문심사를 잘하면 이런 상도 받는다고 합니다. 이미지출처 : physics.fau.edu>

 

(1) 서론이 너무 엉성했다. 서론에는 이 일이 갖는 중요성, 다른 사람이 했던 일, 앞으로 본문에서 다룰 내용의 간단한 소개 등이 들어가야 한다. 페이지 수에 제한을 받지 않는 정규 논문의 경우 서론은 가능하면 자세히 쓰는 것도 좋다.  이 분야에서 중요한 문제와 현재까지 어떤 방법으로 사람들이 이 문제를 접근했는가 그리고 가능하면 각 방법의 중요한 포인트와 결론을 소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레터 형식의 논문은 이 내용을  줄이고 짧게 요약할 수 있으나 본질은 같다. 잘 쓰인 서론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리고 인용되기도 쉽다. 하지만 A의 논문은 서론이 아주 짧았지만 양보다도 질이 너무 부실했다. 예를 들어, 이전의 일을 설명하지 않고 단지 "이 문제는 많은 관심을 끌었다.[1-10]" 이런 식이었다. 물론 이는 개인의 성향일 수도 있지만 이런 식의 서론은 적절치 않다.

 

(2) 본문에서 필요 없는 수식을 나열하였고 수식을 대부분 이전에 자신이 출판한 논문에서 가지고 왔다. 예를 들면 a,b,c라는 변수의 값을 정하기 위해 식 20여개를 사용했다. (따라서 \chi^2 를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변수를 결정한다.) 하지만 논문에는 30여개의 수식이 나열되었다. 이는 이전의 논문에서 가져온 것이다. (물론 각 식이 완전히 같지는 않고 조금씩 다르다.) 변수 결정에 쓰이지 않은 수식을 나열한 것은 저자가 자신의 논문에 주의를 충분히 기울이지 않았다는 뜻이다. 사족을 달면 연속되는 많은 수식을 본문에 쓰는 것은 논문의 논점을 흐리게 하기 쉽다. 차라리 그런 복잡한 수식은 본문의 토의에서 꼭 필요하지 않으면 논문 뒤의 아펜딕스로 옮기는 게 더 보기 좋다.

 

(3) 결론이 명확하지 않았다. 이 논문의 계산 결과를 표와 그림으로 주었으나 이 결과물들이 주는 결론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 A는 같은 계산을 다른 모형을 써서 계산하여 이전에 출판하였다. 지금의 논문 결과는 이전과 좀 다르다. 다른 모형을 썼으니 당연하다. 하지만, 어떤 무엇이 두 모형의 결과를 다르게 하는지 어느 결론이 더 신뢰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등을 전혀 토의하지 않았다. 논문은 레포트가 아니다.

 

이런 문제점은 논문을 쓴 후 다른 경험이 많은 사람에게 리뷰를 부탁하면 쉽게 지적해 줄 수 있는 것들이다. 논문은 다른 사람에게 읽혀지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출판전에 가까운 사람에게 보이고 평가를 부탁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A의 논문에서는 그 외에도 전문적으로 세세한 분야에서 오류가 보였다. 미안하지만 에디터에게 보내는 A의 논문에 대한 내 추천은 '리젝트'일 수밖에.





2009년 6월 4일 목요일

아인쉬타인의 논문을 리젝트한 사람

 

논문을 쓸때 보통 어느 저널에 보낼것인지를 대략은 생각하며 논문을 완성합니다. 논문을 저널에 보내게 되면 저널의 에디터, 즉 편집자는 그 논문이 자기 저널에 발표될 가치가 있는지를 따져 출판 여부를 결정합니다. 따라서 에디터는 그 분야의 전문가 중에서 널리 알려진 학자입니다.  보통의 경우 논문의 출판여부는 전적으로 에디터가 결정합니다. 하지만 에디터가 신이 아닌 이상 자기 전공의 모든 분야를 다 잘 알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제출된 논문을 리뷰어 (또는 레프리)에게 리뷰를 의뢰합니다. 리뷰어는 통상 제출된 논문의 전공자, 즉 그 분야에서 나름대로 인정된 사람들중에서 선택하며 대개 1-2명이지만 3명 이상까지 선정하는 저널도 있습니다. 레프리는 보통 2-3주안에 심사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권고받지만 그 기한을 지켜 제출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수고비나 심사료 같은 것은 물론 없습니다.) 에디터는 논문의 출판여부를 리뷰어의 권고에따라 결정합니다. 현 논문 그대로 출판, 어느정도 수정후 출판, 또는 퇴짜 등. 논문의 저자 또한 이에 해당하는 권리를 갖습니다. 논문을 수정해 다시 제출하거나 리뷰어를 바꾸어 달라고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받아들이거나 무시하는 것은 전적으로 에디터의 권한이지만요. 논문의 저자와 레프리의 의견이 충돌하면 몇 달을 두고 싸우기도 합니다. 이에 대한 판단은 에디터가 하지만 이견이 해소되지 않을 때 결국에는 명망있는 학자들로 구성된 편집위원회까지 올라가기도 합니다.  흔히 오해하는 것중의 하나가 어떤 논문이 유명 저널에 실렸으니 논문의 내용이 검증되었고 이를 인정해야한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레프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논문의 내용을 검증하는 것이 아닙니다. 레프리가 보는 것은 주로 논문의 주장이 타당한지, 논리의 비약은 없는지, 입증된 기반에서 논증을 시작하는지, 기존의 입증된 사실과 어긋나지 않는지, 논문에 발표된 계산 혹은 실험이 타당하고 다른 학자에의해 검증이 될 수 있도록 내용이 충실한지, 그리고 참고문헌이 공정하고 바르게 되어있는지 등입니다. 기존의 이론/실험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무조건 리젝트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근거를 더 자세히 기술해야하고 레프리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레프리가 그 논문의 계산이나 실험을 재현해서 검증하기는 불가능합니다. 검증은 논문이 출판된 후 다른 연구에 의해 행해집니다. 자신이 심혈을 기울여 쓴 논문이 리젝트되면 그 기분은 어떨까요?

 

논문을 출판하기 위해 보통의 경우 대개 유럽 또는 미국의 저널을 고려합니다. 이 때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 또는 속해 있는 학교나 연구소가 있는 지역의 저널은 고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유럽의 학자들은 유럽의 저널을, 미국의 학자들은 미국에서 발행되는 저널을 주로 고려합니다. 물론 개인마다 다른 취향이 있어 특정 저널만을 고집하는 경우도 있지만 논문을 발표할때 자기 지역의 저널을 주로 이용하는게 보편적입니다. 따라서 유럽에 있을 때는 유럽의 저널에 미국에 있을 때는 미국의 저널에 주로 발표하게 됩니다. 아인쉬타인은 1933년 독일에서 미국으로 건너갑니다. 독일에 있을 때는 물론 독일의 저널에 주로 논문을 투고했습니다. 1905년 벌표된 상대성이론을 포함한 그의 유명한 논문 5편은 모두 아날렌 데어 피직 (Annalen der Physik)을 통해 세상에 나왔습니다. 미국으로 건너온 후에는 미국 물리학회의 공식 저널인 피지컬 리뷰(Physical Review)를 주로 이용했습니다. 1935년 EPR 논문이나 1936년 웜홀에 관한 논문들이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1936년의 논문이 아인쉬타인이 피지컬 리뷰에 발표한 마지막 논문이 되었습니다. (1952년의 reply 형식의 출판이 유일한 예외입니다.) 아인쉬타인이 피지컬리뷰를 떠난 이유는 1936년 로젠 (Rosen)과 함께 쓴 중력파에 대한 논문에 대한 피지컬리뷰의 레프리 리포트를 받은 후 부터라고 합니다. 한 마디로, 퇴짜를 받은 것입니다. 아인쉬타인은 로젠과 함께 '중력파는 존재하는가?'라는 제목의 논문을 1936년 6월 1일 피지컬리뷰에 보냈고 이에 대한 답장을 (7월 23일자) 10장에 걸친 리뷰와 함께 받았습니다. 그 결과 7월 27일 피지컬리뷰의 에디터는 분노에 찬 답장을 받습니다.

 

Dear Sir,

  We (Mr. Rosen and I) had sent you our manuscript for publication and had not authorized you to show it to specialists before it is printed. I see no reason to address the -- in any case erraneous -- comments of your anonymous expert. On the basis of this incident I prefer to publish the paper elsewhere.

Respectfully,

P.S. Mr. Rosen, who has left for the Soviet Union, has authorized me to represent him in this matter.

 

<우리는 그 논문을 출판하기 위해 귀하께 보냈지만 그 눈문이 출판되기 전에 귀하의 전문가에게 보이는 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귀하의 익명의 전문가의 코멘트에  - 어쨌던 틀린 코멘트지만 -  답 할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따라서 이 논문을 다른 곳에 출판할 것입니다.>

 

논문을 피지컬리뷰에서 철회한 후 아인쉬타인은 그 논문을 필라델피아의 Journal of the Franklin Institute에 보내고 이 논문은 수정없이 승인이 되었고 곧 출판되었습니다. 하지만 논문에는 중대한 수정이 있었고 결론 또한 피지컬 리뷰에 제출했던 논문의 결론과 반대였습니다. 비록 피지컬 리뷰에 제출된 논문의 사본은 남아 있지 않지만 정황상 그리고 간접적인 문헌으로 첫 번째 논문에서 '중력파는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는 '아니오'였다고 알려져있습니다. 하지만 Journal of the Franklin Institute에 출판된 논문에서는 결론은 '예'로 바뀌었습니다. 분명히 레뷰어의 코멘트에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죠. 그러면 아인쉬타인의 논문을 심사하고 리젝트한 사람은 누구일까? 원칙적으로 리뷰어의 신원은 밝히지 않지만 이 경우에는 논문과 심사에 관련된 학자들이 모두 사망한 경우라 미국물리학회에서 이를 공개했습니다. 피지컬 리뷰의 기록에 따르면 논문을 1936년 6월 1일 접수가 되었고 6월 6일 레프리에게 보내졌습니다. 레프리의 리뷰는 7월 17일자로 접수 되었고 7월 23일 아인쉬타인에게 통보되었습니다. 레프리는 프린스턴에서 연구하던 상대성이론 전문가인 하워드 펄시 로버트슨(H.P. Robertson)이었습니다. 그는 아인쉬타인의 동료로 같은 곳에서 연구를 하고 있었으나 그 당시에는 칼텍에서 안식년을 보내고 휴가차 아이다호주에 머무르고 있었습니다. 그는 그 논문의 내용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잘못된 부분을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아인쉬타인의 논문을 리젝트 했던 로버트슨, 이미지출처 : photos.aip.org>

 

리뷰어 제도가 먼저 정착이 된 것은 유럽보다 미국이 더 빨랐습니다. 그 당시 대부분의 유럽저널들의 논문 리젝트 비율을 5-10%를 넘지 않았다고 합니다. "논문이 없는 것보다는 틀린 논문이라도 싣자"라는게 그들의 생각이었고 플랑크는 이를 크게 비판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 당시 아인쉬타인의 논문은 레프리의 리뷰없이 곧장 출판승인되었기 때문에 레프리 리포트를 벋은것은 위의 경우가 차음이라고 합니다. 다른 사람의 논문을 레프리하는 것을 귀찮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레프리의 원래 목적이 논문의 오류를 바로 잡고 독자를 위해 더 읽기 좋은 방향으로 논문 수정을 유도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생각하면 책임감이 더 무거워집니다. 아인쉬타인의 논문에 수정을 요구했던 로버트슨은 레프리의 역할을 훌륭하 수행한 좋은 레프리라 할 수 있겠죠.


<아인쉬타인의 70회 생일기념사진. 제일 왼쪽이 로버트슨, 이미지출처 : photos.aip.org>

 

(추가: 아무리 위대한 학자라도 모든 논문이 다 오류가 앖이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아인쉬타인의 경우는 참고문헌에 놀라울 정도로 무신경이었다고 합니다. 1905년의 논문들은 현재의 기준으로 보면 참고 문헌의 문제로 최소 한 번은 수정을 요구 받을 거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나중에 인펠트 (Infeld)가 그와 함께 책을 쓰면서 '산생님의 이름으로 책이 나가기 때문에 혹여 틀린 곳이라도 있을까 아주 많이 신경을 쓴다'고 하니 아인쉬타인은 크게 웃으며 '그럴 필요 없다네. 내 이름으로 나간 논문중 틀린 논문들도 있으니까.'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2009년 5월 28일 목요일

과학을 하는 대학원생에게 하는 충고

대학원에 들어오는 이유는 물론 석,박사 학위를 따기 위한 것입니다. 학위를 따기 위해서는 논문을 써야합니다. 특히 이공계의 경우에는 SCI 급 저널에 논문을 실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석사학위 논문 또는 그 후속 논문이 저널에 실리는 자기 커리어의 첫 번째 논문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여기 소개하고자 하는 글은 스위스 바젤 대학교의 쉬턴스 교수 (동물학)가 쓴 "대학원 학생들에게 보내는 충고"입니다. 대상은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입니다. 원본은 여기 에 있고 이 포스팅에서는 이 글을 간단히 소개합니다.

 

  • 항상 최악에 대비하라.
    대학원 과정에서 부딪히는 큰 문제의 대부분은 조금만 더 선견지명이 있으면 피할 수 있다. 좀 더 시니컬해져라. 연구가 잘 안될 수도 있고 학위 심사위원들이 시큰둥할 수도 있다. 플랜 B를 생각하라.
  • 아무도 너를 위해주지 않는다.
    너를 생각해주는 교수도 있고 그렇지 않은 교수도 있다. 너를 생각해주는 교수라도 항상 바쁘다. 따라서 그들이 실제로 너를 위해 쓸 시간이 없다. 너의 인생은 네것이다. 교수는 연구과제에 도움말을 주고 생활비를 대주지만 연구는 네가 하는 것이다. 도움이 필요하면 찾아가서 말하라. 그게 그들의 의무이고 월급 받는 이유다. 먼저 찾아가라. 그들은 절대로 먼저 와서 도와주지 않는다.
  • 네가 하는 연구의 중요성을 숙지하라.
    첫1년간 많이 읽고 생각하라. 논문이나 책에 나오는 걸 확신을 갖기 전까지는 모두 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고 읽어라.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좌절마라. 네 잘못이 아니고 설명을 바르게 못한 저자 책임이다. 연구를 하고 있지 않으면 여기 왜 있는지라는 생각이 들것이다. 참을성있게 기다려라. 이 단계는 새 아이디아의 흐름을 아는데 중요하다. 자기 분야의 중요한 문제가 무언지 알라. 이는 연구 프로젝트를 받을 때 네가 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인지 판단하는 데 중요하다. 박사학위는 추후 너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 네가 그 연구를 왜하고 있는지 모른다면 데이터 수집하는 등의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 마음을 강하게 먹어라.
    대학원에서는 할 일이 많다. 수업도 들어야하고 학부생들을 가르치기도 해야하고 언어도 익혀야하고, 등등. 여기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a. 박사학위 논문이 중요하다는 이미 강조했다. 하지만 완벽한 학위 논문을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모든 일이 그렇듯 학위 논문에도 오류가 있을 수 있다. 네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돈, 시간, 에너지, 아이디어 등등, 최선을 다해 학위 논문을 준비해라. 그러기 위해서는 코스 웤을 빨리 끝내라. 연구하면서 많이 배운다.

    b. 주눅들거나 위축되지 마라. 동료 학자로 대접받도록하고 그렇게 행동하라.

    c. 대학원은 네 인생을 설계하는 하나의 문일 뿐이다. 다 좋은 기회가 생기면 대학원을 떠날 준비도 해라. 세상에는 학위 말고도 중요하고 가치있는 일이 많다. 대학원을 유일한 옵션으로 가지고 있으면 나중에 일이 안 풀리면 비참함을 느낀다. 재능이 없다고 생각되면 자신을 비하하고 다른 사람의 기회를 빼았는 셈이된다. 과학자가 될 수 없다고 생각되면 과감히 다른 일을 시작해라. 물론 동료와 지도교수와 상의하고.
  • 강의를 많이 듣지 마라.

    이미 충분히 기초가 되어 있다면 수강 과목을 줄이고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고 익혀라. 수동적으로 듣기 보다 능동적으로 사고하라. 시간을 충분히 갖고 다른 사람과 1 대 1 로 접촉하라. 읽고 토의하는게 더 빨리 배우는 방법이다. 동료와 세미나를 정기적으로 하고 교수를 초대해보라. 싫어하는 교수는 아마 없을 것이다. 물론 테크닉을 배우는 강좌는 수강해야한다.

  • 연구 계획을 세우고 평가를 부탁하라.

    연구 계획을 새우는 것은 많은 장점이 있다. 먼저 읽고 생각한 것을 정리하고 거기서 무언가를 끄집어내게 한다. 그리고 보다 독립적이 된다. 말로 하면 너무 복잡하고 명확하지 않지만 글로 쓰면 생각이 정리된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생산적인 비평을 줄 수 있다. 작문 연습은 많이 하면 할수록 좋다. 계획서에는 간단히 연구 목표를 써라. 그리고 그 일이 과학적으로 중요한 이유를 써라. 그리고 연구 과제를 단계별로 작은 과제로 나누어라. 연구 도중 발생할 문제나 어려운 점을 생각한다. 그리고 실제 그런 일이 발생할때 할 수 있는 일들을 적는다. 2-3개 프로젝트를 동시에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잘못 잡은 연구 방향은 빨리 발견한는 게 좋다. 학위 논문 발표 날짜를 생각하고 거기에 맞추어 연구 계획을 짜라. 준비가 되면 2-3주에 걸쳐 계획서를 작성하고 리뷰를 부탁한다. 혹평을 기대하고 답변을 생각해보라.

  • 지도 교수를 이용하라.

    지도 교수에게 네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주지시켜라. 방해는 하지 말고. 최소한 1년에 1-2번 진행사항을 글로 써서 제출해라. 성격차이와 같은 개인적 문제는 피하라. 지도 교수와 잘 지낼 수 없다면 지도 교수를 빨리 바꿔라.

  • 학위논문의 형태
    가장 기본에서 출발해 검증 되지 않았던 가정을 테스트하라. 또는 새로운 연구 동향의 기본 문제를 생각하라. 중요한 일은 아니지만 많은 데이터를 모으는 것도 괞찮은 일 중 하나다.
  • 논문 쓰고 출판하기를 빨리 시작해라.
    논문 쓰지 않고는 이 바닥에서 살 수 없다. 아무리 좋은 연구도 출판되지 않으면 완성된 것이 아니다. 글을 깨끗이, 간결하고 잘 정돈되게 쓰도록 연습해라. 경험 많은 이와 함께 공동 논문을 쓰는 것도 도움이 된다. 첫번째 논문이 세상을 놀라게 할 논문이라고 기대하지 마라. 보통의 저널에서 출발해 최고의 저널에 논문을 출판하도록해라. 학위 논문을 위한 연구를 나누어 단계별로 논문으로 출판하라. 과학 논문 쓰는 방법에 대한 책을 3-4년간 일년에 한번쯤은 계속 읽어라. 논문을 완성하면 저널에 보내기 전에 다른 이에게 리뷰를 부탁해라.
  • 꾸준히 논문을 써라. 하지만 너무 많지 않게.
    쉽게 잊혀지는 논문 수십개 보다 중요한 논문을 몇 편 쓰는 게 더 중요하고 도움이 된다. 대부분의 논문을 인용이 잘 되지 않는다. 약 10%의 논문이 90%의 인용을 차지한다.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하다. 일년에 한 두 편의 좋은 논문을 유명 저널에 출판하면 잘 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