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논문의 그림이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고 쇤은 그림이 실수로 섞여서 들어갔다고 말하고 에라텀을 냈습니다. 한 번의 실수는 가능합니다. 하지만 또 하나의 사건이 터집니다. 코넬대학의 폴 맥유엔이 쇤의 이전 논문인 사이언스 287, 1022 (2000)에서 같은 꼬리 모양의 그림을 찾은 것입니다.
<출처: J. H. Schön, S. Berg, Ch. Kloc, and B. Batlogg, Science 287, 1022 (2000)>
이 그림 또한 앞의 두 그림과 아주 흡사합니다. 앞의 두 그림의 경우 x-축의 범위는 같고 y-축의 범위는 하나는 0-0.2, 다른 하나는 0-2.0로 10배라 비슷하게 보입니다. 따라서 실수할 확률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 번째 그림은 x-축은 0-10, y-축은 0-10으로 앞의 두 경우와 확연히 다릅니다. 이제 세 그림을 같이 놓으면 이렇게 됩니다.
<출처: Physicstoday.org>
세 그림의 유사성이 두드러지게 보입니다. 이는 단순한 실수를 넘어서는 일입니다. 거기에 더하여 맥유엔과 리디아 손은 비슷한 그림을 다른 논문에서 더 찾아냈습니다. 그래서 위와 유사한 그림이 모두 사이언스, 네이쳐, 어플라이드 피직스 레터스등 세 개의 저널에서 실린 모두 여섯 개의 논문에서 발견됩니다. 이 사실에 과학계는 경악합니다. 더구나 위 논문들의 상당수는 벨 연구소의 저명한 학자인 배트록 (Bertram Batlogg, 이 당시에는 벨 연구소를 떠나 스위스의 ETH Zuerich로 옮겨 있었습니다.) 이 공동 저자로 참여해 있었기 때문에 충격은 더욱 컸고 쇤은 전도 유망한 젊은 학자였기에 많은 이들은 저자들의 명성에 흠이되지 않는 이성적이고 적절한 설명이 있기를 희망했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벨 연구소의 수뇌부에게 들어가고 물리과학부의 부소장 체리 머레이는 2002년 5월 스탠퍼드 대학의 말콤 비즐리 (Malcolm Beasley)에게 이 사건의 조사를 의뢰하게 됩니다. 비즐리는 벨 연구소 내부인사와 외부인사를 아우르는 위원회를 조직하고 이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비즐리 위원회는 벨 연구소 내부와 외부로 부터 많은 양의 정보를 제공 받았습니다. 벨 연구소는 국가 기관의 연구비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연방 정부의 과학 부정행위에 관한 정책을 따를 의무는 없지만 벨 연구소와 비즐리 위원회는 연방 규칙에 따라 조사를 시행하고 공정함과 철저함을 원칙으로 이 사건을 끝까지 파헤치기로 합니다. 조사 기간 동안 위원회는 벨 연구소의 어느 장소나 들어갈 수 있고 어떤 책이나 보고서를 열람할 수 있으며 연구소측의 철저한 협조를 약속 받습니다. 이제 유기 화합물로 초전도체, 레이저, 조세프슨-정크션, 단분자 트랜지스터를 만들 수 있다는 정말로 획기적인 벨 연구소의 연구는 조작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철저하지 못한 실험 노트 정리와 실수로 여겨졌던 사건이 논문 조작이라는 대형 사건으로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비즐리 위원회는 첫번째 조사를 6월 말에 마치고 2002년 9월 127 쪽에 달하는 보고서를 제출합니다. 이 보고서는 벨 연구소의 약속대로 곧바로 일반에게 공개되었습니다. 비즐리 위원회는 20명의 공동저자를 포함한 25개의 논문에서 24건의 혐의를 조사하였습니다. 이 모든 논문의 공통점은 바로 얀 헨드릭 쇤이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쇤 혼자 샘플을 만들고 측정을 했으며 (초벌) 논문을 썼습니다. 더구나 샘플을 만들기 위해 사용한 기계는 벨 연구소가 아니라 쇤이 박사학위를 한 독일의 콘스탄츠 대학에 있었습니다. 쇤은 그 기계가 더 익숙하다는 이유로 벨 연구소의 기계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이상하죠? 아무래도 대학교의 기계보다는 벨 연구소의 기계가 더 좋을 것 같은데.) 비즐리 위원회는 24건의 혐의중 16건에 대해 부정행위가 있었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위원회의 조사는 벨 연구소의 적극적 협조에도 불구하고 쉽지는 않았습니다. 원 데이터를 요구하는 위원회에게 쇤은 데이터 파일을 더이상 가지고 있지 않다고 대답합니다. 그는 그가 가지고 있던 낡은 컴퓨터의 낮은 하드디스크 용량때문에 지워버렸다고 답합니다. (벨 연구소에 있는 최첨단 컴퓨터는 왜 사용하지 않았을까?) 그는 또 다시 시험해볼 수 있는 샘플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실험도중이나 이사하면서 파손되었답니다. (어디서 많이 들은 듯 하죠?) 더구나 콘스탄츠에 있던 기계도 더 이상 샘플을 생산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위원회는 다른 보든 자료를 긁어 모았습니다. 컴퓨터에 남아 있던 논문의 초고 파일, 그림 파일, 프리젠테이션 파일등 면밀히 검토하였습니다. 그리고 논문 조작의 결정적 증거들을 찾아 냅니다. 쇤만 똑똑한 게 아니거든요.
오오.. 뭔가 흥미진진합니다. 다음글도 어서 올라왔으면..
답글삭제이러다가 소설가 되시는 거 아니신지? ㅋㅋㅋ
답글삭제오오 거의 조금만 스토리텔링을 하면 정말 소설로 써도 흥미진진할듯
답글삭제@Mr.kkom - 2009/07/08 00:29
답글삭제글쎄요. 글재주가 없어서
@Karion - 2009/07/07 23:28
답글삭제감사... 요즘 좀 바빠서. 다음편도 곧 올리도록 노력하죠.
아.,...3편 없으신가요??
답글삭제3편 써주세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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