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27일 일요일

논문 쓰기 위한 10가지 규칙

 

저번에 대학원에서 과학을 전공하는 학생을 위한 조언이라는 내용을 소개한 적이 있었습니다. (여기) 그 중 하나가 논문을 많이 쓰라는 것이었는데 이번에는 논문 쓰는 10 가지 규칙 (Ten Simple Rules for Getting Published)에 대한 에세이를 소개합니다. 이를 쓰신 분은 캘리포니아 대학 샌디에고의 교수인 Philip E. Bourne라는 분으로 오픈 저널인 PLoS: computational biology의 에디터입니다. (2009년 벤자민 프랭클린상 수상) 이 에세이 또한 PLoS: computational biology에 실려 있습니다. (원문은 여기) 이 기사는 계산 생물학의 국제 학회 소속 student council의 요청으로 2005년 학회에서 (주로 처음 논문을 쓰는) 생물 학도를 위해 논문 쓰는 방법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글입니다. 전공 분야에 따라 조금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적으로는 모든 과학 논문 작성에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되어 여기 소개합니다. (파란색 부분은 에세이에 있는 말이고 밑의 설명은 제 생각입니다.)

 

Rule 1: Read many papers, and learn from both the good and the bad work of others. (논문을 많이 읽어라. 좋은 논문, 나쁜 논문 모두 배울점이 있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논문을 많이 읽는 것입니다. 좋은 논문은 물론 반드시 읽어야할 가치가 있고 나쁜 논문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합니다. 따라서 나쁜 논문도 조금은 읽어야 합니다. 여기서는 하루에 최소한 두 개의 논문을 읽으라고 권합니다. 물론 논문을 아주 자세히 분석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시간이지만 논리의 흐름, 논문의 질, 형식 등은 따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논문을 비판적으로 읽어야 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데이터 분석이나 실험 장치에만 매달리지 말고 자기가 하는 연구를 큰 틀에서 가끔은 생각하는 게 필요하죠.

 

Rule 2: The more objective you can be about your work, the better that work will ultimately become. (자신의 연구를 객관적으로 바라볼수록 더 좋은 연구가 가능하다.)

자신의 연구에 객관적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 때로는 반대파의 시각으로 자신의 일을 보는 게 필요하죠. 논문을 쓰면서 자신이 이 논문의 리뷰어라고 생각해 보십시오.

 

Rule 3: Good editors and reviewers will be objective about your work. (좋은 에디터와 리뷰어는 너의 연구를 객관적으로 평가한다.)

논문을 저널에 submit하기 전에 충분히 검토를 하고 보완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리뷰어의 임무는 논문 비판이 아니라 논문의 질을 올리는 것입니다. (물론 예외적으로 아주 심술궂은 리뷰어도 있습니다.) 하지만 틀린 논문에는 그런 임무를 하지 않는다는 필자의 말에는 동의합니다.

 

Rule 4: If you do not write well in the English language, take lessons early; it will be invaluable later. (영어에 자신이 없다면 빨리 배워라. 어차피 필요한 일이다.)

요즘 대부분의 저널은 영어를 공용어로 하고 있기 때문에 영어로 논문 쓰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합니다. 무조건적인 영어 만능주의에는 반대하지만 전문 학술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으로서 영어는 필수입니다. 처음 논문 쓰는 (특히 비영어권) 사람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가 바로 영어에 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고급 단어, 고급 문장을 이용해 논문을 고급 영어로 쓰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과학논문은 소설이나 시가 아닙니다. 현란한 단어나 고급 문법보다는 직설적이고 논리적인 글이 훨씬 보기 좋습니다. 내가 쓴 논문을 읽는 사람  중에는 비영어권 사람이 더 많을 수 있습니다. 멋있는 말보다는 문법에 충실하게 명확하게 자신의 연구 결과를 설명하는 게 필요합니다.

 

Rule 5: Learn to live with rejection. (리젝트 당하는 것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논문을 리젝트 당하면 물론 기분 나쁩니다. 하지만 실패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죠. 다른 일상사와 마차가지로 연구에서도 그렇습니다. 사실 저자의 말대로 과학을 하는 것은 리젝트 받는 것의 연속일 수도 있습니다. (논문에서도 그리고 직장 찾는 것에서도) 논문의 리뷰어의 수는 저널에 따라 다릅니다. 리뷰어가 여러 명일 경우 어느 리뷰어는 추천을 어느 리뷰어는 리젝트를 놓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라도 리뷰어와 싸움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논문을 처음 쓰는 경우에는 그래서 경험 많은 이와 함께 쓰는 게 좋습니다. 연구 주제, 방법, 논문 쓰는 법뿐 아니라 리뷰어에 답장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으니까.

 

Rule 6: The ingredients of good science are obvious—novelty of research topic, comprehensive coverage of the relevant literature, good data, good analysis including strong statistical support, and a thought-provoking discussion. The ingredients of good science reporting are obvious—good organization, the appropriate use of tables and figures, the right length, writing to the intended audience—do not ignore the obvious. (좋은 과학의 요소는 명백하다. 연구 주제의 새로움, 관련 논문에 대한 충분한 이해, 좋은 데이터, 통계적으로 충분히 좋은 분석, 철저한 토의 등이다. 좋은 과학 논문의 요소 또한 명백하다. 적절한 구조 배치, 적절한 표와 그림 활용, 알맞는 길이, 독자층을 의식한 글쓰기 등. 명백한 것들을 무시하지 마라.)

이 저자는 논문의 객관성을 자주 강조합니다. 좋은 연구를 하는 것과 좋은 논문을 쓰는 것은 서로 연관되어 있으면서도 조금은 다르죠. 따라서 논문을 쓰고 저널에 보내기 전에 주위의 동료들에게 보여주고 의견을 구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Rule 7: Start writing the paper the day you have the idea of what questions to pursue. (연구 주제가 떠오르면 그 날부터 논문을 쓰기 시작하라.)

학위 논문과 학술지 논문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학술지 논문은 대개 간결하면서 요점을 잘 드러내도록 써야 합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즉시 논문을 쓰기 시작하라는 말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논문의 형태로 노트를 만들라는 것과 같습니다. 그냥 아이디어를 갈겨쓴 노트가 아니라 나름 정리되고 논리적인 (물론 나중에 엄청난 수정을 거치겠지만) 논문 형식으로 노트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참고문헌 정리도 그 때 그 때 해놓으면 편리하죠. 참고문헌으로 인용할 논문은 반드시 한번은 읽어 보십시오.

 

Rule 8: Become a reviewer early in your career. (논문 심사 경험을 빨리 갖도록 하라.)

리뷰어가 되서 다른 저자의 논문을 심사하는 것은 좋은 경험입니다. 따라서 빨리 리뷰어의 경험을 갖게 되면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대학원생에게 논문 리뷰를 맡길 저널은 없습니다. 그래서 지도교수를 이용하는 겁니다. 지도교수에게 부탁하여 심사 의뢰가 들어온 논문을 혼자 심사해 봅니다. 그리고 지도교수의 심사문과 비교해 봅니다. 그러면 자신이 무엇을 간과하고 부족했는지를 알 수 있죠. 우리나라에서는 학생이 지도교수에게 부탁하는 게 어떨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학생을 생각한다면 지도교수로써 이 정도는 고려해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최소한 박사과정 학생 정도는 되어야 심사할 수 있겠죠?)

 

Rule 9: Decide early on where to try to publish your paper. (논문을 어느 저널에 보낼 것인지 빨리 결정하라.)

보통은 논문을 쓰기 전에 제출할 저널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저널에 따라 형식이 다르고 또 길이에 제한이 있을 수 있으므로 나중에 수고를 덜기 위해 처음부터 최소한 정식 논문인지 레터 형식으로 할 것인지 정도는 생각을 하는 게 좋습니다. 또 이 정도의 논문은 이런 저널에 내면 알맞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미 논문의 질과 저널의 수준을 파악하고 있는 셈이죠. 저널을 선택할 때는 또 주 독자층의 전공 분야를 알아야겠죠.

Rule 10: Quality is everything. (논문의 질이 가장 중요하다.)

이건 당연한 말입니다. 논문의 수도 중요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몇 편의 논문을 쓰는 게 훨씬 임팩트가 강합니다. 누구든지 자신의 논문이 많은 사람들에 의해 읽히고 인용되기를 바랍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논문은 이력서의 칸을 채우는 데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학계에 알려지는 데는 별 효과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큰 것 하나만 노리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작은 것을 꾸준히 만들 때 큰 것도 나오겠죠.

 

 

<Philip E. Bourne>


댓글 3개:

  1. 전 영어울렁증이 심해서..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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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좋은 얘기들이군요. 이런 글을 트위팅해야 ㅋㅋ (소셜 북마크로 이용하는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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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블랙체링 - 2009/12/27 11:40
    간단한 번역을 첨부했습니다.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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