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월 6일 수요일

DESY 50살이 되다

 

독일에서 가장 큰 가속기 연구소라고 말할 수 있는 DESY(Deutsches Elektronen-Synchrotron)가 2009년 12월 18일 50번째 생일을 맞이했습니다. DESY는 막스-플랑크 연구소 집단과 함께 독일 연구소의 양대 산맥을 형성하고 있는 헬름홀츠 연구회(Helmholtz Association)에 속해있는 연구소로 1959년 설립되어 최첨단의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DESY가 가지고 있는 가속기는 독일 최대이며 그 동안 핵/입자 물리 분야의 연구를 수행했고 지금은 새로운 분야의 연구에 쓰이고 있습니다. (DESY의 홈페이지는 여기)

 

DESY는 독일 함부르크의 외곽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설립 당시의 목표는 장래의 입자 물리에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세계적 가속기 센터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1964년 첫 번째 싱크로트론 가속기가 완성되고 여기에서 DESY라는 이름도 생겼습니다. 이 가속기는 당시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가속기였습니다. 그 후 스토리지 링들이 만들어 지는 데 1974년 DORIS, 1978년 PETRA, 1990년 HERA가 완공됩니다. 90년대 후반과 200년대 초 ZEUS Collaboration에 의해 많은 데이터가 나왔습니다. HERMES Collaboration도 많은 논문을 생산 했었습니다. DESY의 첫 번째 목표였던 입자 물리 실험은 많은 업적을 남기고 지금은 종료되었습니다. 현재는 가속기를 이용한 다른 연구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처음 DESY를 만들 때부터 싱트로트론 복사의 사용은 염두에 두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포항 가속기가 이 목적으로 건설 되었습니다. 차이점은 포항 가속기는 처음 부터 싱트로트론 복사 사용에 주안점을 두었기 때문에 입자 물리 또는 핵물리 실험은 초기부터 배제 되었습니다.) DESY의 싱크로트론 복사는 나노 스케일의 연구를 위해 사용됩니다. 재료과학, 바이오 과학등이 주 목표입니다. (PETRA III와 DORIS, free-electron 레이저인 FLASH 그리고 EU의 지원으로 건설될 XFEL이 주 실험 장치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 사실 이런 형태의 가속기는 이런 방식으로 많이 사용됩니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의 싱크로트론 가속기도 입자/핵물리 실험을 모두 마친 후에는 용도 변경을 하여 재료과학, 바이오 과학 쪽으로 다시 사용됩니다. 핵/입자 물리 쪽에서는 아쉽지만 DESY의 새로운 그리고 화려한 미래를 기대합니다.

 

 

<공중에서 바라본 DESY>




2010년 1월 5일 화요일

2010년 세계 몇 나라의 과학 예산

 

새해에 들어서면서 세계 각국의 과학 분야 예산이 발표 되는군요. 저번에 일본에서 진행되었던 과학 예산의 사무라이식 삭감에 대한 이야기를 올렸는데 (여기) 일본의 예산이 확정된 모양입니다. 아직 다른 곳의 소식은 보지 못했고 작년 12월 25일 일본 싱크로트론 가속기 센터인 SPring-8은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산타 할아버지로부터 선물을 받았습니다. (원문은 여기) SPring-8의 2010년 예산은 84억 9천만 엔으로 작년에 비해 겨우(?) 1억7천만 엔이 삭감된 액수입니다. 원래 제시 되었던 삭감 수준이 1/3 에서 1/2 이었으므로 이 정도면 학계의 항의가 먹혔다고 볼 수 있겠네요. (사실 이정도로 예산이 깎이면 연구소 문을 닫아야 할 정도입니다.) 불필요한 연구비를 줄여서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등을 추진하겠다는 하토야마 정권이 정책을 바꾼 건 아닌지 모르겠군요. 오늘 뉴스에는 일본 유권자의 50%가 민주당 정권을 지지하지만 민주당의 공약에서 지지하지 않는 공약이 바로 고속도로 무료화라고 하네요. (뉴스는 여기)

 

프랑스는 좋은 편입니다. 연구소의 아이비 리그를 만들겠다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약속에 따라 대학교에 110억 유로라는 폭탄이 떨어졌습니다. 이는 미국의 연구비 증액에 자극받은 프랑스 정부가 약속한 350억 유로의 일부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돈은 지난 10년간 예산 부족에 허덕였던 프랑스 대학들의 잃어버린 10년을 보충하는 데 주로 쓰일 것이기 때문에 프랑스 연구진들의 (불만에 찬) 튀어나온 입은 아직 다물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영국은 역시 사정이 좋지 않습니다. 영국은 STFC(Science and Technology Facilities Council)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데 5년간 24억 파운드를 투자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액수는 원래 예정보다 삭감된 액수로 위원회는 삭감액을 각 분야에 고루 반영하려 노력했다고 말했습니다. 핵물리 쪽에서는 원래 예산의 29%가 깎이고 LHC에서 행해질 ALICE 실험 연구가 취소되었습니다. 물론 ALICE 실험은 계속됩니다. 단지 영국 쪽의 연구 기여가 빠진다는 이야기 입니다.

 

제일 사정이 좋은 곳은 그래도 미국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연구 개발비를 점진적으로 GDP의 3% 수준으로 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었는데 이에 따라 예산이 대부분 올랐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 가장 큰 삭감은 표준연구소 NIST의 연구 시설 건설 부문으로 14.5% 삭감되었습니다. (NIST 전체로는 예산이 증액되었습니다.) 가장 크게 예산이 오른 부문은 국가 핵 안전 분야의 핵 비확산 파트로 44% 예산 증액이 되었고 학술 연구 쪽으로 중요한 NSF는 8.4% 증가했습니다. 에너지성(DOE)의 과학국(Office of Science)의 전체 예산도 3.1% 증액되었는데 그 중 핵물리는 4.5%, 입자물리는 1.9% 증액되었습니다.

 

 

<CERN LHC의 ALICE 검출기를 조립하는 장면>




2010년 1월 1일 금요일

볼펜의 역사

 

위키에서 우연히 볼펜에 대한 글을 읽었습니다. 우리 주위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볼펜이라고 생각되는데 볼펜의 종류는 요즘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우리 생활을 편하게 해주는 많은 발명이 긴 산고 끝에 나온 것처럼 볼펜도 많은 발명가를 거치며 오늘에 이르게 됩니다. 위키에 나온 정보를 여기 소개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볼펜, 중국어로는 原子筆 , 영어로는 ball-point pen 또는 ball pen이라고 배웠는데 영국과 호주에서는 biro (바이로우 또는 비어로, 비로)를 쓰기도 한답니다. 볼펜의 심은 보통 0.7 mm 에서 1.2 mm의 구슬로 볼펜의 이름도 여기에서 유래 된듯합니다. 그럼 비로라는 단어는 어디에서 유래 했을까요? 그건 바로 볼펜을 발명한 헝가리의 발명가 리슬로 비로 (László Bíró)에서 나왔습니다.

 

볼펜이 나오기 전까지 서양의 주 필기도구는 펜과 만년필이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만년필을 더 좋아합니다만.) 하지만 이것들은 쓰기에 그리 편하지는 않습니다. 더구나 종이가 아닌 다른 표면에 글을 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볼펜은 겉으로는 간단해 보이지만 쓰기에 안정적이고 대량 생산이 가능한 볼펜을 경제적인 가격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실험과 더불어 현대 화학과 20 세시의 기술이 접목되어 있습니다.

 

볼펜에 관한 기록은 17 세기 갈릴레오 갈릴레이까지 올라간다고 합니다. 볼펜에 대한 첫 특허는 1888년 10월 30일 Kayleigh frost Loud라는 가죽을 다루는 사람에 의해서라고 합니다. 이 사람은 가죽을 무두질하는 사람인데 무두질을 위해 가죽에 표시를 해야 하지만 당시의 만년필로는 가죽에 표시를 하는 게 불가능 했습니다. 이 사람의 아이디어는 소켓에 회전할 수 있는 작은 금속구를 넣는 것이었습니다. 현재 볼펜의 구조와 같은 거죠. 이렇게 만든 첫 볼펜은 발명가의 의도대로 가죽과 같은 거친 표면에 글을 쓸 수 있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종이위에 세밀하게 글을 쓰기에는 볼펜이 너무 거칠었기 때문에 상용화 되지는 못했습니다.

 

1904년부터 1946년 사이에 만년필을 대체할 수 있는 필기구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었습니다. 이 때 여러 건의 볼펜에 대한 특허가 발급되었습니다. 이 당시에는 잉크를 가는 관에 넣고 관 끝에 작은 볼을 가두어 빠지지 않도록 하고  잉크가 이 볼에 달라붙어 있다가 종이위에 볼을 굴리면 잉크가 종이에 묻게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 방식의 단점은 잉크가 고르게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볼 소켓이 너무 타이트하면 잉크가 너무 적게 나오거나 아예 나오지 않았으며 반대로 너무 느슨하면 잉크가 쏟아져 나오곤 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둔 경우는 없었습니다.

 

이 때 헝가리의 신문 편집자인 라슬로 비로가 등장합니다. 그 또한 글을 많이 쓰는 사람으로 만년필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었는데 잉크를 채우고 지저분해진 종이를 치우는데 시간이 많이 들고 만년필의 날카로운 펜끝 때문에 종이가 쉽게 찢어지곤 했습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볼펜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비로는 그 당시 볼펜이 가지고 있던 문제점을 알고 있었는데 그는 신문 인쇄 잉크가 빨리 발라서 종이가 젖거나 얼룩이 생기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했습니다. 그래서 같은 종류의 잉크를 이용해 볼펜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당시 볼펜의 또 다른 문제점은 잉크가 원하는 대로 흐르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사용 시에는 볼펜을 거의 수직으로 잡고 써야 했습니다. 비로는 잉크관에 압력을 가해 삼투압을 이용해 잉크가 흐르게 하여 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화학자인 동생 조오지의 도움으로 현재의 볼펜이 탄생하고 1938년 6월 15일 영국 정부에 특허를 신청하였습니다.


1940년 비로 형제는 친구와 함께 나치 독일을 피해 아르헨티나로 이주합니다. 그곳에서 Birome라는 브랜드로 볼펜을 생산하였습니다. 볼펜은 또 만년필과 달리 높은 곳에서도 사용이 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영국 공군이 볼펜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1945년 샤프펜슬 메이커인 에버샤프는 에버하드-파버와 함께 볼펜의 미국 판매를 위해 특허를 취득합니다. 같은 시기 한 미국 사업가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비로의 볼펜을 발견하고 몇 자루를 사서 귀국 후 레이놀드 국제 펜 회사를 차리고 특허 없이 볼펜을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첫 볼펜은 1945년 10월 29일 뉴욕의 백화점에서 한 자루에 당시 가격으로 $12.50 에 팔렸으니 엄청나게 비싼 제품이었습니다. 그 후 영국을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 볼펜이 생산되어 팔려갔습니다. 값싼 볼펜심은 BIC, 후버, 제록스 같은 회사에 의해 생산되었습니다. 비로의 생일인 9월 29일은 아르헨티나에서 1990년 발명가의 날로 지정되어 기념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2년 한 회사원이 일본사람들이 볼펜을 쓰는 것을 발견하여 일본의 볼펜 제조 회사를 알아내고 이듬해인 1963년 첫 볼펜을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회사원이 바로 (주)모나미를 설립하신 분이라고 합니다. (당시 가격은 15원이었다고 합니다.)


 

<볼펜 설계도와 발명가 라슬로 비로>




2009년 12월 27일 일요일

논문 쓰기 위한 10가지 규칙

 

저번에 대학원에서 과학을 전공하는 학생을 위한 조언이라는 내용을 소개한 적이 있었습니다. (여기) 그 중 하나가 논문을 많이 쓰라는 것이었는데 이번에는 논문 쓰는 10 가지 규칙 (Ten Simple Rules for Getting Published)에 대한 에세이를 소개합니다. 이를 쓰신 분은 캘리포니아 대학 샌디에고의 교수인 Philip E. Bourne라는 분으로 오픈 저널인 PLoS: computational biology의 에디터입니다. (2009년 벤자민 프랭클린상 수상) 이 에세이 또한 PLoS: computational biology에 실려 있습니다. (원문은 여기) 이 기사는 계산 생물학의 국제 학회 소속 student council의 요청으로 2005년 학회에서 (주로 처음 논문을 쓰는) 생물 학도를 위해 논문 쓰는 방법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글입니다. 전공 분야에 따라 조금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적으로는 모든 과학 논문 작성에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되어 여기 소개합니다. (파란색 부분은 에세이에 있는 말이고 밑의 설명은 제 생각입니다.)

 

Rule 1: Read many papers, and learn from both the good and the bad work of others. (논문을 많이 읽어라. 좋은 논문, 나쁜 논문 모두 배울점이 있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논문을 많이 읽는 것입니다. 좋은 논문은 물론 반드시 읽어야할 가치가 있고 나쁜 논문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합니다. 따라서 나쁜 논문도 조금은 읽어야 합니다. 여기서는 하루에 최소한 두 개의 논문을 읽으라고 권합니다. 물론 논문을 아주 자세히 분석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시간이지만 논리의 흐름, 논문의 질, 형식 등은 따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논문을 비판적으로 읽어야 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데이터 분석이나 실험 장치에만 매달리지 말고 자기가 하는 연구를 큰 틀에서 가끔은 생각하는 게 필요하죠.

 

Rule 2: The more objective you can be about your work, the better that work will ultimately become. (자신의 연구를 객관적으로 바라볼수록 더 좋은 연구가 가능하다.)

자신의 연구에 객관적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 때로는 반대파의 시각으로 자신의 일을 보는 게 필요하죠. 논문을 쓰면서 자신이 이 논문의 리뷰어라고 생각해 보십시오.

 

Rule 3: Good editors and reviewers will be objective about your work. (좋은 에디터와 리뷰어는 너의 연구를 객관적으로 평가한다.)

논문을 저널에 submit하기 전에 충분히 검토를 하고 보완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리뷰어의 임무는 논문 비판이 아니라 논문의 질을 올리는 것입니다. (물론 예외적으로 아주 심술궂은 리뷰어도 있습니다.) 하지만 틀린 논문에는 그런 임무를 하지 않는다는 필자의 말에는 동의합니다.

 

Rule 4: If you do not write well in the English language, take lessons early; it will be invaluable later. (영어에 자신이 없다면 빨리 배워라. 어차피 필요한 일이다.)

요즘 대부분의 저널은 영어를 공용어로 하고 있기 때문에 영어로 논문 쓰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합니다. 무조건적인 영어 만능주의에는 반대하지만 전문 학술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으로서 영어는 필수입니다. 처음 논문 쓰는 (특히 비영어권) 사람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가 바로 영어에 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고급 단어, 고급 문장을 이용해 논문을 고급 영어로 쓰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과학논문은 소설이나 시가 아닙니다. 현란한 단어나 고급 문법보다는 직설적이고 논리적인 글이 훨씬 보기 좋습니다. 내가 쓴 논문을 읽는 사람  중에는 비영어권 사람이 더 많을 수 있습니다. 멋있는 말보다는 문법에 충실하게 명확하게 자신의 연구 결과를 설명하는 게 필요합니다.

 

Rule 5: Learn to live with rejection. (리젝트 당하는 것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논문을 리젝트 당하면 물론 기분 나쁩니다. 하지만 실패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죠. 다른 일상사와 마차가지로 연구에서도 그렇습니다. 사실 저자의 말대로 과학을 하는 것은 리젝트 받는 것의 연속일 수도 있습니다. (논문에서도 그리고 직장 찾는 것에서도) 논문의 리뷰어의 수는 저널에 따라 다릅니다. 리뷰어가 여러 명일 경우 어느 리뷰어는 추천을 어느 리뷰어는 리젝트를 놓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라도 리뷰어와 싸움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논문을 처음 쓰는 경우에는 그래서 경험 많은 이와 함께 쓰는 게 좋습니다. 연구 주제, 방법, 논문 쓰는 법뿐 아니라 리뷰어에 답장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으니까.

 

Rule 6: The ingredients of good science are obvious—novelty of research topic, comprehensive coverage of the relevant literature, good data, good analysis including strong statistical support, and a thought-provoking discussion. The ingredients of good science reporting are obvious—good organization, the appropriate use of tables and figures, the right length, writing to the intended audience—do not ignore the obvious. (좋은 과학의 요소는 명백하다. 연구 주제의 새로움, 관련 논문에 대한 충분한 이해, 좋은 데이터, 통계적으로 충분히 좋은 분석, 철저한 토의 등이다. 좋은 과학 논문의 요소 또한 명백하다. 적절한 구조 배치, 적절한 표와 그림 활용, 알맞는 길이, 독자층을 의식한 글쓰기 등. 명백한 것들을 무시하지 마라.)

이 저자는 논문의 객관성을 자주 강조합니다. 좋은 연구를 하는 것과 좋은 논문을 쓰는 것은 서로 연관되어 있으면서도 조금은 다르죠. 따라서 논문을 쓰고 저널에 보내기 전에 주위의 동료들에게 보여주고 의견을 구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Rule 7: Start writing the paper the day you have the idea of what questions to pursue. (연구 주제가 떠오르면 그 날부터 논문을 쓰기 시작하라.)

학위 논문과 학술지 논문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학술지 논문은 대개 간결하면서 요점을 잘 드러내도록 써야 합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즉시 논문을 쓰기 시작하라는 말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논문의 형태로 노트를 만들라는 것과 같습니다. 그냥 아이디어를 갈겨쓴 노트가 아니라 나름 정리되고 논리적인 (물론 나중에 엄청난 수정을 거치겠지만) 논문 형식으로 노트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참고문헌 정리도 그 때 그 때 해놓으면 편리하죠. 참고문헌으로 인용할 논문은 반드시 한번은 읽어 보십시오.

 

Rule 8: Become a reviewer early in your career. (논문 심사 경험을 빨리 갖도록 하라.)

리뷰어가 되서 다른 저자의 논문을 심사하는 것은 좋은 경험입니다. 따라서 빨리 리뷰어의 경험을 갖게 되면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대학원생에게 논문 리뷰를 맡길 저널은 없습니다. 그래서 지도교수를 이용하는 겁니다. 지도교수에게 부탁하여 심사 의뢰가 들어온 논문을 혼자 심사해 봅니다. 그리고 지도교수의 심사문과 비교해 봅니다. 그러면 자신이 무엇을 간과하고 부족했는지를 알 수 있죠. 우리나라에서는 학생이 지도교수에게 부탁하는 게 어떨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학생을 생각한다면 지도교수로써 이 정도는 고려해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최소한 박사과정 학생 정도는 되어야 심사할 수 있겠죠?)

 

Rule 9: Decide early on where to try to publish your paper. (논문을 어느 저널에 보낼 것인지 빨리 결정하라.)

보통은 논문을 쓰기 전에 제출할 저널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저널에 따라 형식이 다르고 또 길이에 제한이 있을 수 있으므로 나중에 수고를 덜기 위해 처음부터 최소한 정식 논문인지 레터 형식으로 할 것인지 정도는 생각을 하는 게 좋습니다. 또 이 정도의 논문은 이런 저널에 내면 알맞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미 논문의 질과 저널의 수준을 파악하고 있는 셈이죠. 저널을 선택할 때는 또 주 독자층의 전공 분야를 알아야겠죠.

Rule 10: Quality is everything. (논문의 질이 가장 중요하다.)

이건 당연한 말입니다. 논문의 수도 중요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몇 편의 논문을 쓰는 게 훨씬 임팩트가 강합니다. 누구든지 자신의 논문이 많은 사람들에 의해 읽히고 인용되기를 바랍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논문은 이력서의 칸을 채우는 데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학계에 알려지는 데는 별 효과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큰 것 하나만 노리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작은 것을 꾸준히 만들 때 큰 것도 나오겠죠.

 

 

<Philip E. Bourne>


2009년 12월 20일 일요일

자기 단극 (magnetic monopole)의 발견?

 

연합뉴스에 재미있는 기사가 실렸는데 2009년 올해 과학성과 상위 10개 부분을 사이언스를 인용해 발표했습니다. (원문은 여기) 그 중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 부분입니다.

 

▲ 자기의 단극(單極) 발견: 현대 전자기학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정하고 있지만 100여 년 전부터 그 존재가 예견됐던 자기의 단극(monopole)이 마침내 영국 학자들에 의해 발견됐다

 

자기 단극 혹은 홑극으로 불리는 magnetic monopole에 대한 연구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중요한 연구 과제이기도 합니다. 이를 찾기 위한 실험이 계속되어 온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제가 미욱한 탓인지 올해 그것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는데요. 만약 magnetic monopole이 발견되었다면 과학사를 뒤흔드는 큰 사건인데 주위에서 그에 대한 뉴스를 접하지 못했다는 게 이상하더군요. 연합뉴스의 출처가 사이언스 잡지이니까 그곳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12월 18일자로 2009년의 큰 발견이라는 타이틀로 기사가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기사를 공짜로 볼 수 없어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언론 매체에 나와 있을까 싶어 찾아보았습니다. BBC 에 나와 있습니다. (여기) BBC의 기사 중 자기 단극에 관한 기사를 인용하면 이렇습니다.

 

  • Magnetic monopoly: Physicists working with strange crystalline materials called spin ices created magnetic ripples that behaved like "magnetic monopoles" - fundamental particles with only one magnetic pole.

 

연합뉴스의 기사와는 다르죠. 자기 단극처럼 "행동하는" 웨이브를 발견했다는 이야기 입니다. 원래 자기 단극으로 불리며 과학자들이 찾으려고 했던 전자기학에 나오는 자기 단극이 아니고 특정 물질에서 마치 자기 단극처럼 행동하는 준입자 (입자는 아니지만 입자처럼 다룰 수 있는 것)를 발견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위키피디아에도 이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여기) 명확하게 자기 단극과 응집물질에서 발견된 자기단극 준입자를 혼동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네요. 우리나라 언론에도 과학 전문기자가 좀 많아졌으면 합니다.




.

2009년 12월 4일 금요일

예산 삭감에 떠는 일본의 WPI

 

최근 일본에서는 과학계의 예산 삭감 바람이 불어서 많은 과학자들이 걱정한다는 내용입니다. 이에 대한 소식은 네이처의 뉴스란에도 소개가 되었는데 구독료를 내지 않으면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뉴스에 대한 댓글은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본 가시와 소재 동경 대학교의 Institute for the Physics and Mathematics of the Universe (IPMU) 의 홈페이지에 나온 내용을 중심으로 소개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교 물리학과의 MacAdams 석좌교수이자 IPMU의 초대 소장인 히토시 무라야마 교수의 인터뷰를 중심으로한 기사입니다. (원문)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로 (말많은?) World Class University (WCU)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전정부에서 처음 기획되었고 현정부 들어 시행이 되고 있는데 이와 비슷한 프로젝트가 일본에도 있습니다. 그 이름은 World Premier International Research Center Initiative program으로 약어로는 WPI 입니다.

 

WPI는 2년전인 2007년 10월에 시작이 되었는데 일본에 신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프로젝트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에 들어 갔습니다. WPI의 목표는 일본에 다섯 개의 새로운 국제 과학 연구소를 세우고 이를 국제적 명성의 연구소로 만들기 위해 30% 이상 외국인 학자를 의무적으로 고용하고 연구소안에서는 영어를 공용어로 쓰며 학제간 연구를 장려하고 이로써 일본과 국제 사회의 언어적 문화적 장벽을 허무는 것을 요구합니다. IPMU도 WPI에 의해 설립된 연구소입니다.

 

지난 9월 일본은 정권교체를 택했고 하토야마 신정부가 예산 절감을 내세우면서 WPI를 포함한 일본의 과학분야 연구비를 삭감하려 합니다. 새로이 만들어진 Government Revitalization Unit 은 400 개가 넘는 정부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를 위해 청문회를 갖는다고 합니다. 이 위원회는 정치인과 기업가로 주로 이루어져 있고 학자들은 소수인데 이 위원회가 각 프로그램의 효율성을 판단하여 프로그램들 종료할 것인지 예산을 반이나 1/3 삭감할 것인지를 권고할 것이라고 합니다.

 

일본 재무성은 이 위원회의 권고 사항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 들일 것이라고 했는데 이 위원회는 이미 WPI 센터의 외국인 학자, 학제간 연구소, 젋은 학자와 여성 학자에 대한 지원 삭감을 권고했다고 합니다. 마루야마 소장은 30-50% 의 예산 삭감 또는 경우에 따라 프로그램을 완전 종료 하는것은 재능있는 학자들을 거리로 내모는 것이라고 비판합니다. 그리고 이런 결정이 WPI의 예산 삭감에서 멈추지 않고  과학계 전체로 확산될 것을 염려합니다.

IPMU는 현재 72 명의 전일제 학자중 41 명이 외국인이며 2 년간 10 개의 상을 수상했으며 주 연구 분야는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 입니다. 미국 잡지인 Physics Today와 SLAC의 이론 물리 학자 마이클 페스킨 (Michael Peskin), 프린스턴의 천문학자 마이클 스트라우스 (Michael Strauss)등이 IPMU의 업적을 인정하는 코멘트를 하지만 예산 삭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WPI의 director인 쿠로키 교수는 이에 대해 항의하고 대항할 것을 촉구 합니다.

"우리는 일본의 과학 리더쉽을 지키기 위해 나서야 한다. 일본은 항상 세계를 리드하는 첨단 과학을 지원해 왔고 이는 국가의 자존심 문제다. 우리는 이미 지난 몇 년 4 개의 노벨상을 비롯한 찬란한 성과를 거두었다. 현 정부는 선거 기간 동안 말했던 과학 진흥에 대한 공약을 지켜야 한다." 그는 또 이런 결정이 국제 과학계에서 일본의 위상 추락과 함께 일본이 신뢰할수 없는 국가로 인식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에 대해 2006년 노벨상 수상자인 캘리포니아 대학의 천체물리학자 조지 스무트 (George Smoot)도 동조하고 있군요.

 

쿠로키 교수는 마지막으로 국제 사회에 일본 정부에 압력을 가해줄 것을 호소하는 데요, 아래는 쿠로키 교수가 보내는 호소문입니다.

 

하토야마가 일본 수상으로는 처음으로 과학 분야 학위를 갖고 있다는데 이 소식은 좀 의외입니다. 다르게 보면 일본의 경제 상태가 아주 좋지 않다는 뜻인지도 모르겠군요.

 

 

Crisis of Science in Japan

 

Toshio Kuroki, MD

 

When his cabinet launched in the early September, Prime Minister Hatoyama, promised to promote education and science. First time in our history, Dr. Hatoyama was educated in science (mathematics) at University of Tokyo and at Stanford University for PhD degree; three other cabinet members were also educated in engineering. We trust his words naturally.

 

During this two weeks, the government has been conducting public hearing on more than a hundred government-funded programs including science, where committees made up mostly by non-experts have judged the effectiveness of each science program and recommended termination, reduction in funding by a half or a third. Minister of Finance publicly announced that the Ministry will take these recommendations by the committees seriously.

 

Nature reported on line 17 November the crisis of Japanese science. Yes, it is really crisis. If this goes on, science budget will be deeply cut and Japanese science will die.

 

Along with super-computer, funding to basic/applied research, and employing scientists, the WPI (World Premier International Research Center Initiative) program also faced deep cut of budget. This WPI program aims to establish a globally visible and internationally opened research center in Japan. Five WPI research centers were launched on October 1, 2007, in which 30-50% of scientists are non-Japanese, English is used as their official language and interdisciplinary research is promoted. http://www.jsps.go.jp/english/e-toplevel/index.html

 

I, as Program Director of WPI, would appreciate it if you understand the situation of WPI and send an e-mail, before December 15, to the Ministry of Education, which fortunately understands the importance of science.

 

      To: nak-got@mext.go.jp

 

      Subject: No. 14, WPI
or any comment on science in general

 

which will reach Senior Vice Minister and Vice Minister of Education .

 

Thank you for your cooperation.

 

November 22, 2009

Toshio Kuroki, MD

 

Deputy Director of Science Research Center, Japan Society for the Promotion of Science

 

WPI Program Director

 

Professor Emeritus, University of Tokyo and Gifu University

 

 

 

 

 

2009년 12월 2일 수요일

LHC에서 나온 첫 논문

 

눈이 내리는 날 새벽 다른 사람보다 먼저 일어나 깨끗하고 새하얀 눈밭에 제일 먼저 자신의 발자국을 찍으려 했던 경험이 있을 겁니다.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 과학하는 사람도 마찬가지 입니다. 지난 11월 23일 CERN의 LHC에서 처음으로 양성자-양성자 충돌 실험이 실시 되었죠. 그 결과가 논문으로 11월 28일자로 벌써 나왔습니다. (arXiv:0911.5430) LHC에는 CMS, ATLAS, LHC-b, ALICE 등의 실험이 있는데 중이온 실험이 목표인 ALICE에서 선수를 쳤습니다. 경쟁이 더 치열해 지겠네요.


<출처: arXiv:0911.5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