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27일 일요일

논문 쓰기 위한 10가지 규칙

 

저번에 대학원에서 과학을 전공하는 학생을 위한 조언이라는 내용을 소개한 적이 있었습니다. (여기) 그 중 하나가 논문을 많이 쓰라는 것이었는데 이번에는 논문 쓰는 10 가지 규칙 (Ten Simple Rules for Getting Published)에 대한 에세이를 소개합니다. 이를 쓰신 분은 캘리포니아 대학 샌디에고의 교수인 Philip E. Bourne라는 분으로 오픈 저널인 PLoS: computational biology의 에디터입니다. (2009년 벤자민 프랭클린상 수상) 이 에세이 또한 PLoS: computational biology에 실려 있습니다. (원문은 여기) 이 기사는 계산 생물학의 국제 학회 소속 student council의 요청으로 2005년 학회에서 (주로 처음 논문을 쓰는) 생물 학도를 위해 논문 쓰는 방법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글입니다. 전공 분야에 따라 조금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적으로는 모든 과학 논문 작성에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되어 여기 소개합니다. (파란색 부분은 에세이에 있는 말이고 밑의 설명은 제 생각입니다.)

 

Rule 1: Read many papers, and learn from both the good and the bad work of others. (논문을 많이 읽어라. 좋은 논문, 나쁜 논문 모두 배울점이 있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논문을 많이 읽는 것입니다. 좋은 논문은 물론 반드시 읽어야할 가치가 있고 나쁜 논문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합니다. 따라서 나쁜 논문도 조금은 읽어야 합니다. 여기서는 하루에 최소한 두 개의 논문을 읽으라고 권합니다. 물론 논문을 아주 자세히 분석하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시간이지만 논리의 흐름, 논문의 질, 형식 등은 따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논문을 비판적으로 읽어야 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데이터 분석이나 실험 장치에만 매달리지 말고 자기가 하는 연구를 큰 틀에서 가끔은 생각하는 게 필요하죠.

 

Rule 2: The more objective you can be about your work, the better that work will ultimately become. (자신의 연구를 객관적으로 바라볼수록 더 좋은 연구가 가능하다.)

자신의 연구에 객관적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 때로는 반대파의 시각으로 자신의 일을 보는 게 필요하죠. 논문을 쓰면서 자신이 이 논문의 리뷰어라고 생각해 보십시오.

 

Rule 3: Good editors and reviewers will be objective about your work. (좋은 에디터와 리뷰어는 너의 연구를 객관적으로 평가한다.)

논문을 저널에 submit하기 전에 충분히 검토를 하고 보완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리뷰어의 임무는 논문 비판이 아니라 논문의 질을 올리는 것입니다. (물론 예외적으로 아주 심술궂은 리뷰어도 있습니다.) 하지만 틀린 논문에는 그런 임무를 하지 않는다는 필자의 말에는 동의합니다.

 

Rule 4: If you do not write well in the English language, take lessons early; it will be invaluable later. (영어에 자신이 없다면 빨리 배워라. 어차피 필요한 일이다.)

요즘 대부분의 저널은 영어를 공용어로 하고 있기 때문에 영어로 논문 쓰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합니다. 무조건적인 영어 만능주의에는 반대하지만 전문 학술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으로서 영어는 필수입니다. 처음 논문 쓰는 (특히 비영어권) 사람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가 바로 영어에 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고급 단어, 고급 문장을 이용해 논문을 고급 영어로 쓰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과학논문은 소설이나 시가 아닙니다. 현란한 단어나 고급 문법보다는 직설적이고 논리적인 글이 훨씬 보기 좋습니다. 내가 쓴 논문을 읽는 사람  중에는 비영어권 사람이 더 많을 수 있습니다. 멋있는 말보다는 문법에 충실하게 명확하게 자신의 연구 결과를 설명하는 게 필요합니다.

 

Rule 5: Learn to live with rejection. (리젝트 당하는 것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논문을 리젝트 당하면 물론 기분 나쁩니다. 하지만 실패에서 많은 걸 배울 수 있죠. 다른 일상사와 마차가지로 연구에서도 그렇습니다. 사실 저자의 말대로 과학을 하는 것은 리젝트 받는 것의 연속일 수도 있습니다. (논문에서도 그리고 직장 찾는 것에서도) 논문의 리뷰어의 수는 저널에 따라 다릅니다. 리뷰어가 여러 명일 경우 어느 리뷰어는 추천을 어느 리뷰어는 리젝트를 놓기도 합니다. 어떤 경우라도 리뷰어와 싸움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논문을 처음 쓰는 경우에는 그래서 경험 많은 이와 함께 쓰는 게 좋습니다. 연구 주제, 방법, 논문 쓰는 법뿐 아니라 리뷰어에 답장하는 방법도 배울 수 있으니까.

 

Rule 6: The ingredients of good science are obvious—novelty of research topic, comprehensive coverage of the relevant literature, good data, good analysis including strong statistical support, and a thought-provoking discussion. The ingredients of good science reporting are obvious—good organization, the appropriate use of tables and figures, the right length, writing to the intended audience—do not ignore the obvious. (좋은 과학의 요소는 명백하다. 연구 주제의 새로움, 관련 논문에 대한 충분한 이해, 좋은 데이터, 통계적으로 충분히 좋은 분석, 철저한 토의 등이다. 좋은 과학 논문의 요소 또한 명백하다. 적절한 구조 배치, 적절한 표와 그림 활용, 알맞는 길이, 독자층을 의식한 글쓰기 등. 명백한 것들을 무시하지 마라.)

이 저자는 논문의 객관성을 자주 강조합니다. 좋은 연구를 하는 것과 좋은 논문을 쓰는 것은 서로 연관되어 있으면서도 조금은 다르죠. 따라서 논문을 쓰고 저널에 보내기 전에 주위의 동료들에게 보여주고 의견을 구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Rule 7: Start writing the paper the day you have the idea of what questions to pursue. (연구 주제가 떠오르면 그 날부터 논문을 쓰기 시작하라.)

학위 논문과 학술지 논문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학술지 논문은 대개 간결하면서 요점을 잘 드러내도록 써야 합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즉시 논문을 쓰기 시작하라는 말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논문의 형태로 노트를 만들라는 것과 같습니다. 그냥 아이디어를 갈겨쓴 노트가 아니라 나름 정리되고 논리적인 (물론 나중에 엄청난 수정을 거치겠지만) 논문 형식으로 노트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리고 참고문헌 정리도 그 때 그 때 해놓으면 편리하죠. 참고문헌으로 인용할 논문은 반드시 한번은 읽어 보십시오.

 

Rule 8: Become a reviewer early in your career. (논문 심사 경험을 빨리 갖도록 하라.)

리뷰어가 되서 다른 저자의 논문을 심사하는 것은 좋은 경험입니다. 따라서 빨리 리뷰어의 경험을 갖게 되면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대학원생에게 논문 리뷰를 맡길 저널은 없습니다. 그래서 지도교수를 이용하는 겁니다. 지도교수에게 부탁하여 심사 의뢰가 들어온 논문을 혼자 심사해 봅니다. 그리고 지도교수의 심사문과 비교해 봅니다. 그러면 자신이 무엇을 간과하고 부족했는지를 알 수 있죠. 우리나라에서는 학생이 지도교수에게 부탁하는 게 어떨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학생을 생각한다면 지도교수로써 이 정도는 고려해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최소한 박사과정 학생 정도는 되어야 심사할 수 있겠죠?)

 

Rule 9: Decide early on where to try to publish your paper. (논문을 어느 저널에 보낼 것인지 빨리 결정하라.)

보통은 논문을 쓰기 전에 제출할 저널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저널에 따라 형식이 다르고 또 길이에 제한이 있을 수 있으므로 나중에 수고를 덜기 위해 처음부터 최소한 정식 논문인지 레터 형식으로 할 것인지 정도는 생각을 하는 게 좋습니다. 또 이 정도의 논문은 이런 저널에 내면 알맞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미 논문의 질과 저널의 수준을 파악하고 있는 셈이죠. 저널을 선택할 때는 또 주 독자층의 전공 분야를 알아야겠죠.

Rule 10: Quality is everything. (논문의 질이 가장 중요하다.)

이건 당연한 말입니다. 논문의 수도 중요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몇 편의 논문을 쓰는 게 훨씬 임팩트가 강합니다. 누구든지 자신의 논문이 많은 사람들에 의해 읽히고 인용되기를 바랍니다.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논문은 이력서의 칸을 채우는 데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학계에 알려지는 데는 별 효과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큰 것 하나만 노리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작은 것을 꾸준히 만들 때 큰 것도 나오겠죠.

 

 

<Philip E. Bourne>


2009년 12월 20일 일요일

자기 단극 (magnetic monopole)의 발견?

 

연합뉴스에 재미있는 기사가 실렸는데 2009년 올해 과학성과 상위 10개 부분을 사이언스를 인용해 발표했습니다. (원문은 여기) 그 중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이 부분입니다.

 

▲ 자기의 단극(單極) 발견: 현대 전자기학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정하고 있지만 100여 년 전부터 그 존재가 예견됐던 자기의 단극(monopole)이 마침내 영국 학자들에 의해 발견됐다

 

자기 단극 혹은 홑극으로 불리는 magnetic monopole에 대한 연구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중요한 연구 과제이기도 합니다. 이를 찾기 위한 실험이 계속되어 온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제가 미욱한 탓인지 올해 그것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는데요. 만약 magnetic monopole이 발견되었다면 과학사를 뒤흔드는 큰 사건인데 주위에서 그에 대한 뉴스를 접하지 못했다는 게 이상하더군요. 연합뉴스의 출처가 사이언스 잡지이니까 그곳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12월 18일자로 2009년의 큰 발견이라는 타이틀로 기사가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기사를 공짜로 볼 수 없어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언론 매체에 나와 있을까 싶어 찾아보았습니다. BBC 에 나와 있습니다. (여기) BBC의 기사 중 자기 단극에 관한 기사를 인용하면 이렇습니다.

 

  • Magnetic monopoly: Physicists working with strange crystalline materials called spin ices created magnetic ripples that behaved like "magnetic monopoles" - fundamental particles with only one magnetic pole.

 

연합뉴스의 기사와는 다르죠. 자기 단극처럼 "행동하는" 웨이브를 발견했다는 이야기 입니다. 원래 자기 단극으로 불리며 과학자들이 찾으려고 했던 전자기학에 나오는 자기 단극이 아니고 특정 물질에서 마치 자기 단극처럼 행동하는 준입자 (입자는 아니지만 입자처럼 다룰 수 있는 것)를 발견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위키피디아에도 이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여기) 명확하게 자기 단극과 응집물질에서 발견된 자기단극 준입자를 혼동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네요. 우리나라 언론에도 과학 전문기자가 좀 많아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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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4일 금요일

예산 삭감에 떠는 일본의 WPI

 

최근 일본에서는 과학계의 예산 삭감 바람이 불어서 많은 과학자들이 걱정한다는 내용입니다. 이에 대한 소식은 네이처의 뉴스란에도 소개가 되었는데 구독료를 내지 않으면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뉴스에 대한 댓글은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일본 가시와 소재 동경 대학교의 Institute for the Physics and Mathematics of the Universe (IPMU) 의 홈페이지에 나온 내용을 중심으로 소개합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교 물리학과의 MacAdams 석좌교수이자 IPMU의 초대 소장인 히토시 무라야마 교수의 인터뷰를 중심으로한 기사입니다. (원문)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로 (말많은?) World Class University (WCU)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전정부에서 처음 기획되었고 현정부 들어 시행이 되고 있는데 이와 비슷한 프로젝트가 일본에도 있습니다. 그 이름은 World Premier International Research Center Initiative program으로 약어로는 WPI 입니다.

 

WPI는 2년전인 2007년 10월에 시작이 되었는데 일본에 신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프로젝트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에 들어 갔습니다. WPI의 목표는 일본에 다섯 개의 새로운 국제 과학 연구소를 세우고 이를 국제적 명성의 연구소로 만들기 위해 30% 이상 외국인 학자를 의무적으로 고용하고 연구소안에서는 영어를 공용어로 쓰며 학제간 연구를 장려하고 이로써 일본과 국제 사회의 언어적 문화적 장벽을 허무는 것을 요구합니다. IPMU도 WPI에 의해 설립된 연구소입니다.

 

지난 9월 일본은 정권교체를 택했고 하토야마 신정부가 예산 절감을 내세우면서 WPI를 포함한 일본의 과학분야 연구비를 삭감하려 합니다. 새로이 만들어진 Government Revitalization Unit 은 400 개가 넘는 정부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리뷰를 위해 청문회를 갖는다고 합니다. 이 위원회는 정치인과 기업가로 주로 이루어져 있고 학자들은 소수인데 이 위원회가 각 프로그램의 효율성을 판단하여 프로그램들 종료할 것인지 예산을 반이나 1/3 삭감할 것인지를 권고할 것이라고 합니다.

 

일본 재무성은 이 위원회의 권고 사항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 들일 것이라고 했는데 이 위원회는 이미 WPI 센터의 외국인 학자, 학제간 연구소, 젋은 학자와 여성 학자에 대한 지원 삭감을 권고했다고 합니다. 마루야마 소장은 30-50% 의 예산 삭감 또는 경우에 따라 프로그램을 완전 종료 하는것은 재능있는 학자들을 거리로 내모는 것이라고 비판합니다. 그리고 이런 결정이 WPI의 예산 삭감에서 멈추지 않고  과학계 전체로 확산될 것을 염려합니다.

IPMU는 현재 72 명의 전일제 학자중 41 명이 외국인이며 2 년간 10 개의 상을 수상했으며 주 연구 분야는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 입니다. 미국 잡지인 Physics Today와 SLAC의 이론 물리 학자 마이클 페스킨 (Michael Peskin), 프린스턴의 천문학자 마이클 스트라우스 (Michael Strauss)등이 IPMU의 업적을 인정하는 코멘트를 하지만 예산 삭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WPI의 director인 쿠로키 교수는 이에 대해 항의하고 대항할 것을 촉구 합니다.

"우리는 일본의 과학 리더쉽을 지키기 위해 나서야 한다. 일본은 항상 세계를 리드하는 첨단 과학을 지원해 왔고 이는 국가의 자존심 문제다. 우리는 이미 지난 몇 년 4 개의 노벨상을 비롯한 찬란한 성과를 거두었다. 현 정부는 선거 기간 동안 말했던 과학 진흥에 대한 공약을 지켜야 한다." 그는 또 이런 결정이 국제 과학계에서 일본의 위상 추락과 함께 일본이 신뢰할수 없는 국가로 인식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에 대해 2006년 노벨상 수상자인 캘리포니아 대학의 천체물리학자 조지 스무트 (George Smoot)도 동조하고 있군요.

 

쿠로키 교수는 마지막으로 국제 사회에 일본 정부에 압력을 가해줄 것을 호소하는 데요, 아래는 쿠로키 교수가 보내는 호소문입니다.

 

하토야마가 일본 수상으로는 처음으로 과학 분야 학위를 갖고 있다는데 이 소식은 좀 의외입니다. 다르게 보면 일본의 경제 상태가 아주 좋지 않다는 뜻인지도 모르겠군요.

 

 

Crisis of Science in Japan

 

Toshio Kuroki, MD

 

When his cabinet launched in the early September, Prime Minister Hatoyama, promised to promote education and science. First time in our history, Dr. Hatoyama was educated in science (mathematics) at University of Tokyo and at Stanford University for PhD degree; three other cabinet members were also educated in engineering. We trust his words naturally.

 

During this two weeks, the government has been conducting public hearing on more than a hundred government-funded programs including science, where committees made up mostly by non-experts have judged the effectiveness of each science program and recommended termination, reduction in funding by a half or a third. Minister of Finance publicly announced that the Ministry will take these recommendations by the committees seriously.

 

Nature reported on line 17 November the crisis of Japanese science. Yes, it is really crisis. If this goes on, science budget will be deeply cut and Japanese science will die.

 

Along with super-computer, funding to basic/applied research, and employing scientists, the WPI (World Premier International Research Center Initiative) program also faced deep cut of budget. This WPI program aims to establish a globally visible and internationally opened research center in Japan. Five WPI research centers were launched on October 1, 2007, in which 30-50% of scientists are non-Japanese, English is used as their official language and interdisciplinary research is promoted. http://www.jsps.go.jp/english/e-toplevel/index.html

 

I, as Program Director of WPI, would appreciate it if you understand the situation of WPI and send an e-mail, before December 15, to the Ministry of Education, which fortunately understands the importance of science.

 

      To: nak-got@mext.go.jp

 

      Subject: No. 14, WPI
or any comment on science in general

 

which will reach Senior Vice Minister and Vice Minister of Education .

 

Thank you for your cooperation.

 

November 22, 2009

Toshio Kuroki, MD

 

Deputy Director of Science Research Center, Japan Society for the Promotion of Science

 

WPI Program Director

 

Professor Emeritus, University of Tokyo and Gifu University

 

 

 

 

 

2009년 12월 2일 수요일

LHC에서 나온 첫 논문

 

눈이 내리는 날 새벽 다른 사람보다 먼저 일어나 깨끗하고 새하얀 눈밭에 제일 먼저 자신의 발자국을 찍으려 했던 경험이 있을 겁니다. 모든 사람이 그러하듯 과학하는 사람도 마찬가지 입니다. 지난 11월 23일 CERN의 LHC에서 처음으로 양성자-양성자 충돌 실험이 실시 되었죠. 그 결과가 논문으로 11월 28일자로 벌써 나왔습니다. (arXiv:0911.5430) LHC에는 CMS, ATLAS, LHC-b, ALICE 등의 실험이 있는데 중이온 실험이 목표인 ALICE에서 선수를 쳤습니다. 경쟁이 더 치열해 지겠네요.


<출처: arXiv:0911.5430>

2009년 11월 30일 월요일

초대칭 입자

초대칭 입자가 발견 될건지에 대한 내기가 9년전인 2000년 6월에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Triangle-2000 meeting에서 있었습니다. 결론을 내리는 시기는 2010년 6월 21일까지로 그 당시에는 이 때 쯤이면 LHC에서 무언가 결과가 나오길 기대 했었습니다. 내기에서 지는 쪽은 $50 이상의 꼬냑 한 병을 사가지고 와야 합니다. 노벨상 수상자인 토프트도 있는데 'No'에 걸었습니다. 단 "양 쪽 모두 승리를 주장할 것이다"라고 주를 달았습니다. 16:7 로 부정적 전망이 우세합니다.

 

 





2009년 11월 26일 목요일

중국의 핵물리학 이론 연구

 

중국의 이론 핵물리학을 간단히 소개하는 논문집이 출판되었네요. 총 26 개의 논문이 Science in China Series G: Physics, Mechanics & Astronomy의 volume 52, no. 10 에 실렸습니다. 사실 이 저널은 중국 과학원 (Chinese Academy of Sciences)에 의해 발행되는 저널로 5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고 지금은 독일 Springer Verlag에 의해 출판이 되지만 (편집은 중국 과학원이 함) 그리 잘 알려진 저널은 아닙니다. 하지만 중국 내의 연구에 대해서 이런 논문집을 만들기에는 적절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이 논문집의 목적은 최근 중국에서 건설된 대규모 입자 가속기를 이용한 실험에서 나오는 결과를 해석하고 새로운 input을 주는 핵물리학의 이론 분야 연구를 리뷰 하는 것입니다. 중국에서 핵물리학 연구에 사용되는 입자 가속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Cooling Storage Ring of Heavy Ion Research Facility in Lanzhou (HIRFL-CSR): 2007년 완공되어 방사능 이온 빔을 생산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거론되는 중이온 가속기의 성격과 비슷합니다. 연구 주제는 불안정한 원자핵, 핵물질의 isospin 의존도, 붕이온 융합, 초중량의 원자핵 합성, 강입자 물리, 고밀도의 핵물질, 고전하를 갖는 핵이온 등과 그 응용입니다.

 

(2) 베이징 전자-양전자 가속기 (Beijing Electron Positron Collider II)에서 업데이트된 BES-III (Beijing Spectrometer III): 빔의 에너지가 4 GeV에 이르는 전자-양전자 충돌 실험 장치로 등소평의 직접적인 관심하에 건설된 BEPC의 업그레이된 장치. 주로 차모니움 (charmonium) 물리, D (메존) 물리, 타우 (tau)에 관계되는 물리, 그리고 가벼운 강입자의 스펙트럼을 연구합니다.

 

(3) Shanghai Synchrotron Radiation Facility (SSRF): 2009년 4월 완성된 고에너지 (3.5 GeV)의 광자 빔을 생산 하는 가속기. 광자와 핵자 또는 원자핵의 충돌 실험을 통해 핵물리의 다양한 연구과제 수행을 목표로 함. 이 가속기 시설은 중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연구 시설로 핵물리뿐 아니라 재료, 바이오를 비롯한 학술 연구와 산업기술 개발에도 이용됩니다.

 

이 논문집에서는 위에 나열한 가속기에서 연구되는 주제를 중심으로 중국에서 수행되고 있는 핵물리학 이론 연구를 리뷰한 것입니다. 여기에서는 대략 다섯 가지 연구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1) 핵물질의 상태 방정식과 열역학, 그리고 QCD. 최근의 관심은 핵물질을 이루는 양성자와 중성자의 비율이 1:1 이 아닌 경우 미디움에서 핵자의 상호작용과 상태방정식이 어떻게 변하는가에 있다. 즉 nuclear symmetry energy가 밀도에 따라 그리고 아이소스핀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가 하는 문제는 방사성 원자핵의 구조뿐 아니라 희귀 동위원소의 붕괴 그리고 중성자 별에 대한 천체물리에도  관계된다. 이에 대한 연구로는 isospin asymmetric nuclear matter의 상태방정식을 기술하기 위한 현상론적인 momentum-independent model, HBT interferometry를 이용해 밀도에 따른 symmetry potential을 연구하는 방법의 문제점, hard-dense-loop을 이용해 zero temperature와 finite quark chemical potential에서 QCD의 상태방정식, strange quark matter등이 리뷰되었다.

 

(2) 강입자 스펙트럼과 붕괴 성질:  N^*(1535) 의 성질에 대한 연구가 chiral quark model을 이용해 이 강입자의 파동함수에  qqq 성분과 qqqq\bar{q} 성분을 포함시킨 모형에서 연구되었다. N^*(1535)N\eta 채널과 강하게 연결되는데 최근의 연구는 이 입자가 N\phi 채널과도 강하게 결합하는 걸 보여주고 있고 이는 BES 데이터에사 유추된 N^*(1535) K \Lambda 의 결합상수가 크다는 것에 의해 뒷받침된다.

 

(3) 이질적인 원자핵의 구조와 반응: 중이온 가속기로 인해 방사성 이온 빔이 가능해 짐에 따라 nuclear chart에서 지금까지 접근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한 연구가 가능해졌다.  이질적 (exotic) 핵구조에 대한 이론 연구가 리뷰되었다. 양성자의 방사능과 양성자 드립라인을 넘어서는 proton-rich nuclei 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일반화된 liquid-drop model에서 연구되었다. 천체 반응인 {}^{22}Mg(p,\gamma){}^{23}Al{}^{26}Si(p,\gamma){}^{27}P 반응이 Skyrme-Hartree-Fock model 에서 얻어진 평균장 퍼텐셜을 이용해 연구되었다. 또한 {}^{172}Tm 에사 발견된 4 개의 밴드, N=Z (중성자의 수 = 양성자의 수) 핵인 {}^{52}Fe, {}^{33}Mg 의 자기 쌍극자 모멘트, 그리고 찌그러진 초핵등이 연구 되었다.

 

(4) 중이온 융합 (fusion)을 통한 아주 무거운 (초중량, super heavy) 원소의 합성: super-heavy element (SHE)의 합성은 수 십년간 핵물리의 주요 연구 과제였다. Z = 103 부터 116 그리고 118 의 SHE의 많은 동위원소가 실험에서 발견 되었고 Z=112 이하의 원소는 이름이 지어졌다. 중국에서는 두 개의 새로운 초중량 원자핵 {}^{259}Db{}^{265}Bh 가 HIRFL에서 발견이 되었다. SHE의 생성 단면적과 반감기는 전하 수 Z 가 커짐에 따라 급히 줄어든다. 중이온 융합 반응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앞으로의 실험을 가이드하기 위해 많은 이론 계산이 수행되었으며 이 중 일부를 리뷰하였다.

 

(5) 새로운 원자핵 모형: 원자핵의 shell model 과 collective model 과 관련된 새로운 모델이 포함된다. nuclear shell model Hamiltonian 의 행렬 원소의 일반적 행동에 대한 연구와 collective model에서는 milti-O(4) model의 4차항까지의 처음 계산에 대한 리뷰가 포함된다.


<Lanzhou에 위치한 HIRFL-CSR. 출처: http://imp.cas.cn>



2009년 11월 23일 월요일

마이클 그린, 새 루카스좌 교수

 

저번 포스트에서 마이클 그린이 호킹의 뒤를 이어 루카스좌 교수가 되었다는 소식을 전했는데 (호킹은 끈이론에 그다지 찬성하는 것 같지는 않았지만) 이에 대한 좀 더 자세한 기사를 영국의 가디언과 캠브리지 뉴스에서 볼 수 있습니다.  

 

(가디언, 10월 24일 2009)  원문은 여기

 

물론 루카스좌 교수가 된 직후 가진 인터뷰이니까 그린의 시각을 존중하는 입장에서 기사를 쓴 듯 합니다. 대략 몇 가지 간추리면 이렇습니다. 먼저 가디언에 실린 뉴스입니다.

 

먼저 기자는 그린의 옛 모습이 해리슨 포드 닮았다고 합니다. 사진을 보고 판단해 보시죠. 그럴듯 하죠?


<Michanel Green의 젊었을 때 사진 (왼쪽)과 현재의 사진 (오른쪽)>

 

그리고 끈이론의 간단한 역사를 설명하고 끈 이론의 소위 1차 혁명과 2차 혁명에서 그린이 한 일을 말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문제, 끈 이론의 검증에 대한 그린의 의견이 피력됩니다. 끈이론의 발전을 (전기력과 자기력이 하나라는) 전자기력의 발견에 비유합니다. (여기에 대한 반론은 이곳을 참조) 그리고 진리=뷰티 라는 명제와 끈 이론의 문제, 즉 검증에 관한 의견을 말합니다. LHC가 초끈 이론을 검증할 수 있다는 의견에는 (거의 모든 학자들이 그렇듯) 찬성하지 않는군요. 끈 이론의 반대파에 대한 생각도 말했는데 이는 좀 좋지 않아 보입니다. 상대에 대한 존중이 보이지 않는군요. 대표적인 반대파 두 사람에 대한 그린의 의견입니다. "두 사람 다 이 분야에서 알려질 만한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다." 존 더 자세한 평은 이렇습니다.

 

피터 보이트 (Peter Woit, Not Even Wrong: The Failure of String Theory and the Search for Unity in Physical Law 의 저자, 번역판은 여기)에 대해: 그는 끈 이론 반대를 위한 블로그를 운영하는 블로거다. 내 생각에 그는 박사학위는 있지만 전직 물리학자이다.  아마 컬럼비아에서 시스템 매니저인지 뭔지 하는 사람이다. 그는 전문 물리학자가 아니고 끈 이론에 강한 반감을 갖고 블로그한다. 그에게 좋은 일이다. - 보이트에게는 기분 나쁜 말일지 모르죠. 그의 현재 타이틀은 컬럼비아대학 수학과 "Senior Lecturer" 라고 합니다. 보이트의 코멘트는 여기

 

리 스몰린 (Lee Smolin, The Trouble with Physics: The Rise of String Theory, the Fall of a Science, and What Comes Next 의 저자, 이 책의 번역이 나왔는지 모르겠네요)에 대해: 그는 물리학에 대해 끈 이론과는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고 그걸 프로모트하고 싶어한다. 그리고 미디어가 북치고 장구치며 이를 부풀렸다. 이는 어느 대학 어느 곳에서 볼 수 있는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다. 끈 이론은 번성하고 있다.

 

이론물리가 끈 이론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사람들은 어느 것이 더 생산적이라고 느끼는 분야의 일을 한다. 다른 분야도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다 좋다. 하지만 끈이론외에 다른 것은 없다. (the only game in the town)

 

끈 이론의 대가인 만큼 끈 이론의 미래에 상당히 낙관적입니다. 호킹 라디에이션 문제 뿐 아니라 고온 초전도 문제도 해결하여 현재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끈 이론이 갖고 있다고 말하는군요. (MRI와 WWW 가 입자 물리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예로 들면서)

 

그외에 그린은 극단적 무신론은 싫어하지만 종교는 가지고 있지 않고 Open University에서 국제 관계 강의를 하는 부인과 사이에 9살난 딸이 있다고 합니다. (현재 그의 나이는 63세)

 

(캠브리지 뉴스, 11월 13일 2009) 원문은 여기

 

캠브리지 뉴스에 실린 인터뷰에서는 루카스좌 교수가 되면서 얻게 되는 1500만 유로 (약 27억원) 의 연구비를 어떻게 쓸 건지 고민이라는군요. 다른 분야의 연구비에 비하면 싸다고 말하는데 이론에서 그 정도의 연구비는 정말 큰 거죠. 그는 이 연구비를 끈이론의 응용에 투자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