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핵융합에 관한 두가지 사건이 보도된 바 있다. 하나는 우리나라의 핵융합 실험장치인 KSTAR의 준공이고 다른 하나는 상온핵융합의 가능성에 대한 기사로 재미 한국계 기업인이 원천기술(?)을 확보 했다는 기사다. 핵융합의 평화적 이용은 지난 반세기동안 많은 과학 기술자의 꿈이었다. 우리는 현재 얼마나 이 꿈에 가까이 와 있을까?
고온 핵융합
핵융합의 대표가 고온 핵융합이다. 두 가지의 핵이 융합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고온이 필요하다. 핵융합을 이용해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 고온을 다스려야 하고 이는 고온 핵융합의 아용을 가로막는
커다란 장애물이다. 최근 KSTAR와 ITER가 고온 핵융합의 새로운 장래를 개척하는 첫걸음을 시작했고 많은 이들이 상당한
기대를 하고 있는듯 하다. (핵융합에 대한 국내의 연구는 http://www.kps.or.kr/~pht/7-6/02.html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핵
융합을 통해 과학에 대한 관심이 조금이나마 높아지는 것은 크게 환영할 일이며 KSTAR의 설계에서 완공까지 묵묵히 연구를 수행한
연구진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렇지만 여기서 한 가지 우려가 되는 점이 있다. 많은 언론매체들은 마치 핵융합을 이용한 인공태양이
10-15년후면 가능하다는 장밋빛 미래를 보도하고 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듯하다.
여기서 우리가 다시 기억해야할 점은 거의 모든 학술 프로젝트가 그렇듯이 ITER 또한 시간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몇 달 전 미국 의회와 정부가 ITER에 관련된 프로젝트를 2009년에 "다시"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ITER의 회원국중 많은 지분을 갖고 또 많은 연구비를 지원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다시" 지원을 하기로 했다면 그 동안에는 지원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실제로 미국은 작년인 2008년 ITER에 관계되어 신청된 연구비 1억6천만 달러를 거의 완전 삭감하여 약 1천만 달러만 지원했다. 즉 거의 0이 된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학회에서 과학자들에게 자기 지역구의 연방의원에게 편지를 쓰도록 권하기도 했지만 결국 결론을 바꾸지 못했다. 더구나 미국이 ITER 연구비를 삭감한 게 작년이 처음은 아니다. 다행히 올해에는 ITER에 연구비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러면 미국은 왜 ITER 연구비를 삭감했을까? 인공태양의 기술을 자국이 독점하기위해 국제 공동 연구를 원하지 않아서일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만약 그게 목적이라면 ITER에 지원하기로 한 연구비 정도가 미국내의 다른 핵융합 프로젝트로 들어가야 하지만 미국내에 그렇게 큰 프로젝트는 없다. 핵융합은 성공하기만 하면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따라서 몇 억, 몇 십억달러의 투자비는 성공시의 보상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미국 정부가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는 성공의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핵
융합은 이론적으로 그리고 실험적으로 증명된 아주 잘 확립된 연구 분야다. 핵융합을 이용한 수소폭탄의 성공이후 핵융합 학계는
핵융합의 평화적 이용이 20-30년내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30년 이상이 지난 지금 ITER의 목표는 상용화된
핵융합 발전소를 20-30년내에 완성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항상 30년'이 미국정부를 비롯한 회의론자들을 만들어 내는데
일정 역할을 해온 셈이다. 사람들의 기대를 부추기는 현재의 언론 보도로 보건대 보면 만일 ITER와 KSTAR가 공언한
시간표대로 핵융합발전을 진행시키지 못할 경우 그 후폭풍이 심히 우려된다. 핵융합에 대한 연구와 지원은 꾸준히 계속 되는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장미빛 전망만을 부각시키기 보다는 이 프로젝트의 어려움과 중요성을 같이 알려서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게 더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상온 핵융합을 연구하는 학자들. 왼쪽부터 Randall J. Hekman (Hekman Industries, LLC, Grand Rapids, MI), Michael C. H. McKubre (SRI International, Menlo Park, CA), Peter L. Hagelstein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Cambridge, MA), David J. Nagel (The George Washington University, Washington DC) and Graham Hubler, (Naval Research Laboratory, Washington, DC) 출처: http://newenergytimes.com/v2/government/DOE/DOE.shtml]
상온 핵융합
1989
년 폰스와 플라이쉬만의 상온 핵융합에 대한 발표는 전세계를 뒤흔들었고 수 많은 학자들이 곧장 연구에 착수했다. 한때는 그들이
사용한 팔라듐을 생산하는 세계에서 몇 안되는 회사를 MIT에서 싹쓸이 하여 향후 2-3년간의 생산량을 모두 입도선매했다는
루머(혹은 사실?)도 떠 돌았을 정도로 그 파급 효과는 엄청났다. 하지만 그 실험을 재현하려는 시도는 실패했고 미국물리학회는
상온 핵융합을 실패로 규정했다. 그 후 상온 핵융합은 그동안 사이비 과학의 대명사로 오명을 떨쳐왔고 주류 물리학계는 이 연구에서
손을 뗀다. (노벨상 수상자인 쉬빙거는 상온핵융합을 지지했으나 그의 논문도 주류 저널에서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물론 상온
핵융합을 그후에도 계속 연구하는 이들이 있었고 오명을 떨치기위해 상온핵융합(cold fusion)이라는 말대신 저에너지 핵반응
(Low Energy Nuclear Reaction, LENR)이나 응집물질 핵과학 (Condensed Matter
Nuclear Science)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주류에서 소외되었음에도, 성공시의 커다란 대가 때문에, 이 연구를 지원한
곳은 많았다. 1990년부터 1998년까지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는 폰스와 플라이쉬만에게 1천2백만 파운드를 투자했고
1992년부터 1997년까지 일본의 경제산업성은 2천만 달러를 그리고 인도 정부도 상당액을 투자했으나 결국은 모두 손을 털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새로운 후원자가 나타나 최근의 실험 결과 발표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직도 그 진위는 확실히
모른다. 상온 핵융합에는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폰스와 플라이쉬만의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1989년 폰스와 플라이쉬만 그룹과
동시에 발표하기로 해놓고 뒤통수를 맞은 브리검 영 대학교의 존스(Jones)의 뮤온을 이용한 방법이다. (존스는 후에 911
음모론을 주장한 사람으로 유투브의 동영상에 자주 나온 사람이다.) 뮤온을 이용한 방법은 팔라듐을 이용한 것과 달리 이론적으로
그리고 실험적으로 설명이 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연구한 사람으로는 구소련의 유명한 물리학자 사하로프부터 잴도비치, 알바레즈
등의 유명한 학자들이 있으며 전자기학 교과서로 유명한 잭슨 (J.D. Jackson)이 이 분야의 중요한 논문을 썼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잭슨의 논문은 이 방법은 연쇄반응이 되지않아 경제성이 없다고 결론내린다. 어쨌든 상온핵융합은 고온핵융합보다 갈길이 더
멀다. 상온 핵융합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모토는 "차 한잔 끓여줘."이다. 차 한잔 끓일 정도의 열이나 만들수
있느냐는 비아냥이다. (그림을 보시려면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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