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11일 목요일

왜 운동량은 p 로 쓸까?

 

아메리컨 저널 오브 피직스 (American Journal of Physics)는 미국의 물리 교육에 관한 저널입니다. 교육방법이외에도 물리학에 등장하는 사건, 개념, 주요 연구 분야등에 대해 알기 쉽게 쓴 논문들도 출판합니다. 그 중에는 평소에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그냥 지나친 문제나 토픽도 있습니다. 그 중 하나를 소개합니다.

 

일반 물리학이나 교양 물리 서적을 읽을 때 가장 먼저 접하는 물리령중의 하나가 운동량입니다. 운동량은 질량과 속도의 곱이며 p로 표시합니다. 따라서 p=mv 라고 씁니다. 여기서 m은 질량, 영어로는 mass이고 v 는 속도, 즉 velocity입니다. 많은경우 물리량을 표시할 때는 영어 단어의 첫 알파벳을 따서 씁니다. 위의 m과 v의 경우처럼. 물론 표시하고자 하는 물리량들의 첫번째 알파벳이 겹치는 경우에는 다른 알파벳을 씁니다. 그러면 운동량은 왜 p 로 나타낼까요? 운동량은 영어로 모멘텀, momentum 이고 첫번째 알파벳이 질량과 같은 m 입니다. 질량이 더 중요한 양이기 때문에 먼저 m을 질량에게 주고 운동량에게는 다른 문자를 주었을까요? 재미있는 것은 위 식 p=mv 가 처음 등장한 곳은 뉴턴이 쓴 프링키피아에서라고 합니다. 그러면 뉴턴은 왜 운동량을 p로 썼을까요. o 나 n, t 도 있는데. 혹시 운동량의 p 는 puissance 라는 단어에서 왔을까요? 하지만 puissance 는 '힘'에 가까운 단어인데, 운동량과는 다르죠. 그러면 imPulse의 p에서 왔을까요? 이 질문은 아메리컨 저널 오브 피직스, vol 62 (1994년) 871 페이지의 '질문과 대답'란에 실린 질문입니다.

 

이에 대한 답은 미 해군 항공 전쟁 센터의 Gillespie 라는 연구원에 의해 같은 저널의 vol 63 (1995년) 의 297 페이지에 실렸습니다. 이 설명이 정말로 맞는 설명인지는 뉴턴이 밝히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습니다. 단지 추측만 할 뿐이죠. 어쨌든 설명은 이렇습니다.


이것의 근원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momentum이라는 말이 뉴턴 시대에도 쓰였는지 알아야 합니다. 오래된 과학책에서는 mimentum 이라는 말이 쓰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단어의 뉴턴 시대의 형태는 pimentum 이었다고 합니다. 즉, momentum의 고어는 pimentum 으로


\mbox{pimentum} \to \mbox{mimentum} \to \mbox{momentum}


이 되었고 만약 이게 맞다면 운동량이 p가 되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 됩니다. 그 당시 운동량은 pimentum 이었으니까요.

당시에는 물론 운동량의 개념은 없었습니다. 따라서 운동량이라는 단어도 없었습니다. 그 개념을 처음 생각한 사람이 뉴턴이었으니까요. 그러면 뉴턴은 왜 운동량을 pimentum 이라 불렀을까요?

pimentum 이라는 말은 pimento 라는 단어를 연상 시킵니다. pimento는 포르투칼어로 체리페퍼라고도 합니다. 또는 우리가 잘 아는 피망을 가르키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 pimento는 올리브 열매로 피클을 만들 때 올리브 열매 내부를 채우는 데 쓰입니다. 물론 뉴턴 시대에도 그랬다고 합니다. 한편 뉴턴은 일반적으로 조용하고 다른 사람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는군요. 한창 때의 뉴턴은 활발한 성격의 소유자로 여러 모임에도 참가하고 밤 늦도록 파티에서 와인을 마시며 물리학의 많은 아이디어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런 면은 볼프강 파울리와 비슷하네요.)  pimentum의 탄생은 어느 날 파티에서 칵테일을 마실 때랍니다. 그 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칵테일 잔에 녹색 올리브를 꽂아 두었는데 뉴턴과 친구들은 그 걸 가지고 놀다 올리브 속의 pimento가 올리브 구멍으로 부터 잘 빠져나오지 않는다는 걸 보았습니다. pimento는 외부에서 힘이 가해지지 않는 한 올리브 속에 그대로 머무르려 한다 는 것을 본 것이죠. 물론 이 성질을 질량과 속도의 곱에 연관 시킬 수 있는 사람은 뉴턴 뿐이었고 그는 이 물리량을 pimento에서 이름을 따 pimentum 이라 불렀다고 합니다.


<왼쪽의 그림처럼 올리브속을 채우고 있는 빨간 체리페퍼는 잘 빠져 나오지 않습니다.>

 

조금은 허탈한 대답인데 비슷한 이야기가 팽귄 다이아그램의 유래에도 있습니다. 펭귄 다이아그램은 파인만 다이아그램의 하나로 현 표준모형의 CP 깨짐에 중요합니다. 이를 제안한 사람은 CERN의 존 엘리스 (John Ellis) 입니다. 사실 다이아그램이 펭귄을 그리 연상시키지는 않는데 펭귄 다이아그램이라 부르는 이유는 엘리스가 다트게임에서 졌기 때문입니다. 다트게임을 하다 졌는데 그 벌칙이 엘리스의 다음 논문에 팽귄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엘리스는 그 후 자신이 공부하고 있던 파인만 다이아그램을 찌그려뜨려 새 모양(?)을 만들고 이를 펭귄 다이아그램이라고 불렀습니다.

<펭귄 다이아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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