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30일 화요일

쇤 사건 1

잠깐 한눈을 파는 사이 mahabanya님께서 숙제를 주셨군요. 조금 생각해야 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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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 헨드릭 쇤 (Jan Hendrik Schoen) 사건은 아주 유명한 사건으로 과학에서 부정행위를 논할 때 항상 등장하는 사건으로 여러 책에서 그 사건의 시작과 진행 그리고 결말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포스트에서는 이 사건을 다시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쇤은 부정행위가 밝혀지기 전까지 언젠가는 노벨상을 수상할 강력한 후보였으나 부정행위가 탄로나면서 모든게 거품이되어 사라져버렸습니다.

 

쇤은 1970년 독일에서 출생하여 응집물질과 나노기술을 연구한 물리학자 입니다. 그는 1997년 독일의 콘스탄츠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곧바로 미국의 유명한 벨 연구소 (Bell Labs)으로 들어갑니다. 그 후 그는 엄청난 논문을 엄청난 속도로 쏟아냅니다. 그로 인해 2001년 오토-클룽-베버뱅크 상과 브라운쉬바이크 상을 수상하고 2002년에는 재료과학회의 뛰어난 젊은 과학자상을 받았습니다. 그의 연구가 어느 정도였냐면 가장 논문을 많이 쓴 2001년에는 평균 8일에 한편꼴로 논문을 썼습니다. (그 해에 약 45편의 논문을 쓴 셈입니다. 훗날 사이언스가 철회한 쇤의 논문은 8편, 네이쳐가 취소한 논문은 7편입니다.) 특히 네이쳐에 기고한 논문은 분자 규모에서 트랜지스터를 만드는 게 가능하다는 것을 보였습니다. 이는 학계는 물론 산업계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킵니다. 실리콘을 이용한 반도체 기술이 더 이상 크기를 축소하기 어려운 경지까지 도달하여 이른바 무어의 법칙이 깨지게 되었는데 분자를 이용한 기술이 가능하면 무어의 법칙은 다시 살아나고 지금보다 훨씬 작은 전자기기가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논문은 실리콘의 시대를 끝내고 분자단위의 트랜지스터 시대의 문을 열어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가는 문을 여는 것입니다. 계속 승승장구한 그는 마이다스의 손으로 불렸습니다. 그가 손대는 실험은 항상 성공적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이 논문을 시작으로 정점에 올라있던 그의 이력에 먹구름이 닥쳐옵니다. 항상 그렇듯 작은 곳에서부터 문제가 터져 나옵니다.

 

쇤의 논문은 아주 중요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많은 학자들이 같은 실험 결과를 재연하여 그 논문을 검증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런 중요한 실험은 처음이 아닌 두 번째 성공 사례라해도 좋은 저널에 실릴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 결과를 가른 그룹이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은 그 발견을 확실히 해주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누가 빨리 똑같은 결과를 재연하는가기 위한 경쟁이 시작됩니다. 하지만 쇤의 실험과 같은 조건을 주고 같은 샘플로 실험을 했지만 쇤의 결과를 재연하는 데는 모든 그룹이 실패했습니다. 그렇다고해서 누구도 쇤의 논문이 가짜라거나 부정하다고 이의를 제기할수는 없습니다. 실험에는 많은 노하우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쇤의 실험은 이미 논문으로 출판이 되었기 때문에 그 결과를 다시 만들어 내는데 실패한것은 우선 후속 연구자가 해결할 문제인거죠. 쇤은 자신의 논문과 실험을 방어할 의무는 있지만 후속 연구자의 문제나 실수를 찾아내거나 노하우를 가르쳐 줄 의무는 없습니다.


쇤 사건은 쇤의 논문에 실린 한 그래프에서 시작됩니다. 쇤이 논문을 발표한 후 벨 연구소내부에서는 쇤이 쓴 논문중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의 그림과 네이쳐에 실린 논문의 그림이 아주 비슷하다는 소문이 나돕니다. (아래 그림)  두 그림을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 논문을 읽을때 중요한 점만을 보기 때문에 그런 꼬리 부분은 눈여겨 보지않으면 알기 힘듭니다.



<왼쪽 그림의 출처는 J. H. Schoen, H. Meng, and Z. Bao, Nature 413, 713 (2001),

오른쪽 그림의 출처는 J. H. Schoen, H. Meng, and Z. Bao, Science 294, 2138 (2001).>

 

두 그림이 아주 비슷합니다. 특히 꼬리 부분 (x 축의 오른쪽 끝 부분)을 확대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두 그림의 유사성이 두드러지게 보입니다.


 

이는 쇤의 실험을 재연하기위해 노력하던 프린스턴대학의 리디아 손에게 알려졌고 저널의 에디터에게도 전달됩니다. 에디터는 이를 논문의 주저자인 쇤에게 통보합니다. 두 논문의 주저자인 쇤은 곧 데이터가 섞여서 그래프가 잘못 나왔다고 잘못을 시인하고 교정된 그래프를 보내 사이언스지에 에러텀를 냅니다. 물론 그 논문의 주 내용과 결론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사이언스 296, 1400 (2002)에 실린 사이언스 294, 2138 (2001)의 수정된 그림 (오른쪽)>

 

이제 두 그림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논문을 쓸 때 이런 커다란 실수를 하면 안되죠. 하지만 사실 논문을 많이 쓰다 보면 주의력이 떨어져 그런 실수를 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네이쳐나 사이언스같은 저널에 내는 논문이라도 말이죠. 더구나 쇤은 두 저널에 아주 많은 논문을 실었으니까 실수도 가능할겁니다. 실수로 그림이 잘못 올라간 경우에는 이렇게 에라텀을 냅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비난을 받지는 않습니다. (물론 그 실수가 고의가 아닐 때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선의의 실수로 인한) 에러타가 자꾸 나오게되면 학자로서의 신용도가 떨어지므로 실수하지 않도록 조심해야합니다. 이렇게 마무리가 될 것같았는데 또 하나의 사건이 터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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